[한스경제 최형호] 정부가 안전기준 강화 대책으로 또다시 서울 내 재건축 단지 원천봉쇄에 나섰다. 조합원 거래 제한,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각종 대책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풍선효과의 수혜지라 불리는 서울 송파, 양천 강동구 재건축 단지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특히 양천구와 강동구 부동산 시장은 비상에 걸렸다. 이미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뜨거웠던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20일 정부의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정부가 안전기준 강화 대책으로 또다시 서울 내 재건축 단지 원천봉쇄에 나섰다. 이 때문에 풍선효과의 수혜지라 불리는 서울 송파, 양천 강동구 재건축 단지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사진=한스경제DB.

2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우선 ‘낡은 것’보단 ‘위험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재건축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재건축을 결정할 때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하나인 구조 안전성 비중이 현행 20%에서 50%로 올라간다. 반면 주거환경은 40%에서 15%로 내려간다. 층간 소음이나 주차 공간 부족 같은 주거환경보다 건물의 구조 안전 여부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안전진단에 따른 결과도 더욱 엄격해진다.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55점(A~C등급)을 넘으면 ‘유지·보수’, 30~55점(D등급)이면 ‘조건부 재건축’, 30점 미만(E등급)이면 ‘재건축’ 판정을 받는 것은 기존과 같다.

건축물(D등급)이나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건축물(E등급)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다만 아파트 단지는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을 경우, 심사가 더욱 깐깐해진다. 재건축 단지들은 기존에 아무런 제약 없이 곧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의무적으로 공공기관의 검증을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안전기준 강화에 대해 정부는 2015년 이후 안전진단을 받은 단지 중 96%가 조건부 재건축이었는데, 현재 기준으로 볼 때 거의 모든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현행 재건축 승인은 문제가 있다며 강화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재건축 승인이 통과된 강남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재건축 단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설령 재건축 단지로 인정받는다 해도 속도는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커 재건축 바람의 탄력을 받긴 힘들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 중 안전진단을 진행하지 않은 아파트는 서울에만 10만3822가구에 달한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가장 많고 노원구(8761가구), 강동구(8458가구), 송파구(8263가구)가 뒤를 잇는다. 잠실 올림픽훼미리아파트,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등이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의 첫 단계부터 가로막혀 후속 사업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강남구 재건축 풍선효과의 수혜지역으로 꼽혔던 양천구 목동과 강동구 고덕단지는 규제 적용의 갈림길에 섰다.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아파트가 대다수이기에 이번 대책의 가장 큰 직격탄을 맞는 지역이면서도, 아직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현재까지 재건축 승인에 대한 기대가 있는 곳이다.

강동구 고덕단지 인근 B공인중계업소 관계자는 “강동구는 고덕 단지를 중심으로 내년 재건축 바람이 가장 강했던 곳 중 하나”였다며 “아직 안전진단이 이뤄지기 전까지 약 한 달 정도 남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재건축 승인을 받지 못하면 강동구 전체 부동산 시장의 직격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록 안갯속에 접어들었지만 고덕단지 매수문의는 아직까지 활발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신시가지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안전진단을 신청한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아직까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목동 신시가지는 대부분 88올림픽 전후로 지어진 지역이어서, 정부의 재건축 연한 발표에 무게를 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수문의는 2년 전부터 꾸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 대책에 대해 부작용도 우려된다. ‘부동산 침체’는 물론 서울 내 강남과 강북의 집값이 더욱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부동산 업계는 안전기준 강화로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들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강남은 상당수의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거나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들 지역의 경우 안전진단 규제를 피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를 피하지 못한 강북지역보다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안전진단 통과 이전인 아파트가 강남보단, 비강남권에 몰려 있어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얘기다.

서초구 반포동 인근 N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미 이 지역은 대다수 단지가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도래하기에 앞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진단을 끝낸 재건축 단지가 대부분”이라며 “안전기준 강화로 비강남권 규제가 심해지면 결국 안전진단을 끝낸 강남, 서초 지역의 집값은 더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부르는 게 값인 강남 아파트 시장에 집주인들은 집을 언제 팔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안전기준 강화로 집값 오름 현상이 감지되면 강남 매물은 찾을 수록 더욱 희귀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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