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김연아 이후 최고인데..’ 최다빈은 왜 욕심을 버렸을까
‘여왕 김연아 이후 최고인데..’ 최다빈은 왜 욕심을 버렸을까
  • 강릉=정재호 기자
  • 승인 2018.02.21 15:23
  • 수정 2018-02-21 19:03
  • 댓글 0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최다빈/사진=연합뉴스
최다빈/사진=연합뉴스

“목표를 생각하다 보면 욕심을 내게 되고 내 연기에 집중을 못해요.”

한국 여자 피겨의 차세대 주자인 최다빈(18ㆍ수리고)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28ㆍ올댓스포츠) 이후 최고 성적을 냈다. 가능성을 재확인한 그는 “연습한 것을 차분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며 한 결 같이 겸손한 자세로 이렇게 말했다. 욕심을 부릴 법한 상승세였지만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비운다.

최다빈은 어머니가 지난해 6월 암으로 세상을 떠나 정신적으로 혹독한 시련기를 맞았다. 이걸 견디기 위해 묵묵히 지옥 같은 훈련을 견뎌냈다. 그 고난의 시간이 평창올림픽에서 화려한 꽃으로 만개하고 있다.

최다빈은 21일 강원도 강릉의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7.54점과 예술점수(PCS) 30.23점을 더해 67.77점을 받았다. 이는 종전 자신의 개인 최고점(65.73점)을 경신한 기록이다. 최다빈은 지난 11일 피겨 단체전에서 나온 쇼트 최고점을 넘어섬과 동시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28ㆍ올댓스포츠ㆍ밴쿠버 78.50점ㆍ소치 74.92점) 이후 가장 좋은 성적표를 쥐었다.

30명 중 쇼트 8위에 오른 최다빈은 21위의 김하늘(15)과 함께 오는 23일 24명만이 살아남은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이날 4조 마지막 선수(전체 24번째)로 나선 최다빈은 영화 옌틀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파파 캔 유 히어 미'의 애절한 선율에 맞춰 연기에 돌입했다. 첫 콤비네이션 점프를 무난히 성공시키는 등 별다른 실수가 없었다. 2~3번째 점프도 안정적으로 탔다. 최다빈은 남은 스텝 시퀀스와 레이백 스핀까지 처리하면서 마무리했다.

클린 연기가 끝나자 아레나는 떠나갈 듯 엄청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최다빈은 안도의 표정을 뒤로 하고 살짝 얼굴을 가리며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금세 마음을 추슬렀지만 이를 본 몇몇 관중들은 현장에서 같이 울먹이기도 했다. 경기 후 최다빈은 “많이 긴장한 것 같다”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단체전은 즐기면서 했는데 개인전은 몸을 풀 때부터 긴장되고 걱정이 됐다. 그래서 다 끝나고 울컥했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최고점은 고질적인 부상과 부츠 문제까지 극복한 놀라운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최다빈은 부츠를 짝짝이로 신고 경기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은 기간이 다르다. 오른쪽은 2년 전에 신었던 걸 다시 신었다. 왼쪽은 1년 넘게 신었다. 치수는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프리에서도 연습 때처럼 차분하게 내 페이스를 이끌고 가려고 한다. 순위보다 내 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1조 5번째로 연기한 김하늘은 54.33점(ETS 29.41점ㆍPCS 24.92점)을 획득했다. 149cm단신이면서 최연소 국가대표인 김하늘은 "큰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쳤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웃었다.

한편 이날 아이스 아레나는 동계올림픽의 꽃이라는 여자 싱글이 막을 올렸음에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중석 상단 블록이 통째로 빈 곳도 보이는 등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일장기를 든 일본 관중들이 많이 보였으나 열기가 팀 이벤트 때보다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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