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최민정ㆍ심석희ㆍ김아랑...팀 '초월'한 쇼트트랙 '팀'의 금빛 계주
[현장에서] 최민정ㆍ심석희ㆍ김아랑...팀 '초월'한 쇼트트랙 '팀'의 금빛 계주
  • 강릉=박종민 기자
  • 승인 2018.02.21 16:56
  • 수정 2018-02-21 16:56
  • 댓글 0

한국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가 열린 20일 밤 강릉 아이스아레나. 태극낭자들은 경기 후 시상대 맨 위에 우뚝 섰다.

4분07초36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심석희(21ㆍ한국체대), 최민정(20ㆍ성남시청), 김예진(19ㆍ한국체대 입학예정), 김아랑(23ㆍ한국체대), 이유빈(17ㆍ분당 서현고) 등 대표팀 5명의 낭자들은 금메달 획득의 기쁨을 만끽하더니 갑자기 서로 무언가에 대해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곧바로 일렬로 늘어서더니 한 방향을 바라보고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심석희가 최민정을, 최민정이 김예진을, 김예진이 김아랑을, 김아랑이 이유빈을 차례로 밀어주는 깜짝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쇼트트랙 계주 바통터치 방식인 '엉덩이 밀기'를 재연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과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다. 세리머니를 끝낸 선수들은 두 손의 검지손가락을 펴서 하늘을 향해 뻗으며 '1위'를 자축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은 실격 당한 중국을 비롯해 이탈리아(은메달), 네덜란드(동메달)를 제치고 2014 소치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금메달로 올림픽 무대에서 따낸 계주 종목 금메달을 총 6개(1994ㆍ1998ㆍ2002ㆍ2006ㆍ2014ㆍ2018년)로 늘렸다.

믹스트 존에서 만난 선수들은 금메달 획득의 공을 서로에게 돌렸다. “주장으로서 한 말씀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주장 심석희는 웃으면서 “(김)아랑 언니도 있는데 제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공식적으로는 주장이었지만 자신보다 선배이고 연장자인 김아랑을 배려하는 답변이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아랑은 “시즌 초부터 올림픽 계주에서 금메달을 가져오자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뤄져서 정말 기쁘다. 응원해주셨기에 힘든 일 있어도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선 김예진은 “되게 큰 상을 받게 됐는데 언니들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다. 경기 직전 까지도 긴장을 풀어주시고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유빈 역시 “메달 따게 해준 언니들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겸손한 소감에 취재진은 “본인도 함께 잘 한 거에요”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맏언니’ 김아랑은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준 게 기특하고 고마웠다. 또한 스스로도 수고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위했고, 선배들은 후배들의 노력을 높이 샀다.

같은 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와해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쇼트트랙 계주팀이 금메달을 따기 불과 3~4시간 전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기자회견을 갖고 눈물을 보였다. 19일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7위(3분03초76)에 그친 대표팀은 김보름(25ㆍ강원도청)과 박지우(20ㆍ한국체대)가 팀 정신을 발휘하지 않은 채 선배인 노선영(29ㆍ콜핑팀)에게 부진의 책임을 떠미는 듯한 방송 인터뷰를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보름은 눈물을 흘리며 해명했지만, 진정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몸살로 기자 회견장에 나서지 않았다는 노선영이 외출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표팀의 진정성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번 대회 1,500m에 이어 3,000m 계주 우승으로 2관왕을 달성한 최민정은 취재진 앞에서 “5명이 다 같이 금메달 따서 기쁨이 5배다. 선수들이 서로를 믿었고 국민도 많이 응원해주셨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팀이라는 개념 이상의 평가를 내릴 수 있었을 만큼 위대한 쇼트트랙 ‘팀’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 빙상계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극명하게 교차됐다. 그래서 두 장면을 취재를 하는 동안 머릿속은 복잡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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