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변동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70억원 뇌물공여 혐의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취소 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롯데는 지난 2016년 신규 사업자 선정 지원 때 '뇌물 등 부정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자발적으로 특허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관세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특허 취소 처분을 받으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2016년 관세청 각서 관련 보도자료. /관세청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신 회장이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을 바라고 그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면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그는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제공한 혐의(제3자 뇌물공여)로 불구속 기소됐다.

관세법(178조 2항)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와 결격사유 및 명의대여가 확인되면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 관세청 역시 전문가들과 함께 롯데의 관련법 저촉 여부를 살피는 중이다.

문제는 관세청이 특허를 취소할 경우 롯데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곤란한 처지다.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특허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법적효력은 없지만, 상도의와 신의성실의원칙 등을 고려하면 월드타워점 영업을 자진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 2016년 3차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현대백화점면세점(무역센터점) ▲신세계디에프(센트럴시티점) ▲탑시티면세점 ▲부산면세점 ▲알펜시아 등은 당시 이같은 각서를 제출했다.

각서 내용은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사실이 판정될 경우 특허가 취소되고, 사업자는 자발적으로 특허권을 반납(포기)한다'는 게 골자다.

관세청 관계자는 "각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검토 중이지만, 롯데가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관세법으로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각서 작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정과정은 공정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특허 취소 처분을 받으면 법적대응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각서가 법적인 효력은 없어서 이의제기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특허 취소 여부가 향후 법정 분쟁으로 번지면 (해당 각서는) 롯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부부가 결혼 당시 재산분할 각서를 쓰면 곧장 법적으로 집행되진 않는다. 하지만 나중에 재산분할 소송 때는 판사가 이를 참작한다.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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