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다음 달 국내 주요 금융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차례로 막을 올린다. 올해 주총은 지난해와 다르다. 노동이사제를 중심으로 노사의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외이사 신규 선임, 회장 연임 등 각 금융지주사별로 굵직한 안건들이 상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크게 부각된 이슈가 없어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다. 은행장 대부분이 연임에 성공했고 금융지주사의 경우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이 있어서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가 없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 등 3명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신임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중임할 수 있다. 이들 후보의 선임 여부는 다음달 23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기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최영휘 의장과 이병남, 김유니스경희 이사 등 3명은 물러나기로 한 상태다.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이사는 연임할 전망이다. 사추위는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이사를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해 3월 선임된 스튜어드 솔로몬 이사는 임기가 남아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지난 7일 KB금융지주 노동조합협의회(KB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KB노조는 “권 교수가 인사·조직관리, 노사관계 분야에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력으로 조직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및 시장과 정부 등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당시 하 후보 추천안에 대해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찬성표를,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반대표를 던졌다. ISS는 당시 하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과거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며 “기존 이사회에도 법률 전문가가 있어 (하 변호사의) 전문성이 중복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해 KB노조가 비(非)법조인인 권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역시 국민연금과 ISS의 결정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2018년 정기 주주총회 일시와 안건을 확정하는 한편, 정기 주총에서 선임될 3명의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상정될 안건은 ▲제17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이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3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추천했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총 10명 중 8명의 사외이사의 임기가 올해 3월 주총을 기해 끝난다.

하나금융의 경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안건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지난 달까지 이어진 회장 선임 절차 진행 당시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고, 금융당국은 설을 전후해 올해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어 하나금융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하나금융 노조와의 삐걱대는 관계도 주총을 앞둔 사측으로서는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하나금융 노조는 금융감독원에 하나금융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최근 KEB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김 회장의 연임 반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 노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ISS 측에 김 회장 관련 CEO 리스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드러난 노사 대립이 하나금융 주총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지금 상황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하 변호사 추천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ISS가) 찬성할 가능성은 저번보다는 높게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금융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안건을 상정한 케이스가 많지 않지만 지배구조를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는 시선들이 확대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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