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유승호가 소년의 티를 완전히 벗었다. 아직도 영화 ‘집으로’ 속 8세 꼬마 아이의 모습이 생생한데, 어느 덧 남자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스무 살 성인이 되자마자 현역 입대한 유승호는 2014년 복귀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군 전역 후 영화 ‘조선마술사’와 ‘봉이 김선달’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MBC ‘군주-가면의 주인’으로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최근 종영한 ‘로봇이 아니야’는 처음으로 로코에 도전한 작품이라서 의미가 남다르다. 극중 외모부터 재력까지 다 갖춘 완벽남이지만 인간 알러지가 있는 김민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채수빈과 실제로 연애한 기분이 들 정도로 “편했다”며 더 진한 로맨스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로봇이 아니야’는 첫 로코 도전이었다.

“‘군주’ 끝나고 멜로 하고 싶다고 했는데, 바로 이 작품이 들어왔다. 시청률이 조금 아쉽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다. 그 동안 한 작품 중에서도 웰메이드 드라마로 꼽고 싶다. 사실 극 초반에는 로코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민규가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많이 그려졌고, 후반부에 멜로 요소가 잠깐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져 알콩달콩한 장면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 알러지가 있는 민규 캐릭터에 공감했나.

“민규만큼 인간관계를 힘들어하지는 않지만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예전에는 주위에서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고 했을 때 100%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계속 고민하고 잘 하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채수빈과 호흡은 어땠나.

“초반에는 어색함이 없지 않았는데, 점점 친해져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지아한테 애교를 부리는 장면에서 친한 사람들한테 하는 모습이 나오더라. ‘허허허’ 웃는 것도 평소 웃음소리다. 유승호라는 사람이 진짜 민규가 진짜 돼 지아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느끼니까 신기했다. 내가 진짜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데도 수빈이의 연기를 보니까 연인처럼 설렜다.”

-채수빈과 키스신도 화제였다.

“두 번째 키스신 후에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세 번째 주방 키스신은 대본이 수정돼서 급하게 들어갔다. 시청자들이 원하니 수용해야 되지 않냐(웃음). 촬영 날 아침 감독님이 문자가 왔더라. 숙제라면서 어떻게 키스신을 찍을지 생각해오라고 했다. 내가 의견을 냈고, 감독님이랑 수빈씨 모두 OK해 탄생한 장면이다. 다행이 그림이 예쁘게 나와 만족했다.”

-마지막회 전역 후 지아와 재회하는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엔딩이 민규가 군 전역 후 지아와 만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걸로 들었다. 16회 마지막 대본 완고가 방송 3일 전에 나왔다. 이 엔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촬영했다. 사실 시간이 없어서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없었다. 감독님이 워낙 꼼꼼해서 마지막까지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는데, 시간적인 문제가 있었다."

-전개 등 아쉬운 점은 없나.

“솔직히 없었다.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인간과 관계를 잘 버물러서 자연스럽게 이어나간 것 같다. 모니터링 하면서도 동화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과 계속 ‘그냥 좋다’고 얘기했다.”

-작품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시청률이 낮아서 흥행이 안 됐다고 할 수 있는데 스스로 만족한다. 열심히 했는데 진짜 아쉬운 건 시청률 하나다. 다행인 건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 우스갯소리로 시청률 3%로지만, 상위 시청자들만 보는거라고 하면서 촬영장 분위기를 띄웠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이번 겨울은 너무 춥더라. 나보다 수빈이가 더 고생했다. 원피스 하나만 입고 촬영하곤 했다. 수빈이는 괜찮은데 내가 독감이 걸렸다(웃음). 주사를 무서워해서 독감주사를 안 맞았더니 촬영 끝나고 바로 몸살이 왔다. 공원 데이트 신에서 수빈이한테 목도리를 벗어줬데, 너무 추워서 벗어주기 싫더라(웃음).”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는데.

“물론 나도 좋고 팬들도 좋으면 완벽하겠지만, 모두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는 것 같다. 팬들이 원한다고 그것만 따라가는 것도 아니지 않냐. 팬들의 의견을 수용해 내가 하고 싶은 중간점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 요즘은 정말 모르겠다. 시나리오가 재미있다고 작품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재미없는 시나리오를 골라서 할 수도 없고. 주위에 조언을 구하기보다 작품은 스스로 선택하는 편이다.”

-영화 출연 계획은 없나.

“전역하고 나서 영화 2개를 말아먹어 선뜻 하기가 겁난다. 또 망하면 안 되니까. 하고는 싶은데 쉽지 않다. 작은 역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런 건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 요즘 개봉한 영화를 못 봤는데 하나하나 챙겨볼 예정이다.”

-평소 쉴 때는 뭐하는지 궁금하다.

“영화 보고 친구들 만나고 똑같다. 요즘은 레이싱 하는 게 취미다. 옛날부터 차를 좋아했다. ‘군주’ 종영 후 아는 분 소개로 작은 팀에 들어가서 레이싱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건전하지 않냐. 합법적으로 즐기고 있다. 다들 일탈하고 싶지 않냐고 하는데 일탈을 안 좋아한다(웃음). 리얼리티 예능 출연 계획 없냐고? 자신이 없다.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솔직하게 말을 못할 것 같다.”

-멜로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가장 자신있는 장르는.

“왠만한 건 다 해본 것 같다. 아직 접하지 않은 캐릭터를 찾는 게 빠른 것 같다. 이제 로코, 멜로 연기도 덜 겁 먹고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팬들에게 조금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제일 잘하는 건 모르겠는데, 이번에 로코는 진짜 편하게 했다. 더 진한 로맨스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하고 하고 싶다.“

사진=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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