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편적 복지’ 강조…지역별로 출산장려금 다르면 차별 문제 초래
아이 낳는 사회 되려면 ‘가족의 가치’ 회복이 우선…가치관 변화 중요
미혼모 지원정책, 저출산 해법으로 고려해야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공동캠페인 [1]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한스경제 홍성익 기자] 민(民)-민(民), 저출산 문제 극복 나선다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문제 해결 공동 캠페인

저출산 문제는 글로벌 사회의 최대 이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 이상 저출산 정책을 시행했으나 전망이 밝지 않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고, 기혼 부부들도 자녀를 낳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02년 이후 15년 이상 40만 명을 유지해오던 신생아 출산이 작년 말 기준 35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출산율과 출생아 수 자체를 목표로 하는 1차원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이는 신혼부부 등이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120여조 원을 투입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근본 이유다.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가르치고 기르는 등 경제적 부담이 너무나 크다 △아기를 많이 낳게 되면 경제적 부담은 물론 삶에 여유가 없다 △취업이 늦어짐에 따라 결혼이 늦어져 아이가 낳기가 부담스럽다 △맞벌이 부부가 아기를 낳게 되면 한 사람은 직장을 그만둬야 해 경력단절이 생긴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여건 마련이 어렵다.

이에 본지는 저출산 관련 복합 다기한 문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합리적·현실적 대안 마련을 위해 ‘저출산 인식개선 및 가족친화 출산양육 환경조성’을 모토로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단체 ‘인구보건복지협회’와 함께 △출산-육아의 현실과 정책의 괴리 △출산정책 이슈분석 및 실효성 △다둥이 워킹맘 및 다둥이 직장남 릴레이 인터뷰 △현 정권에서 달라지는 출산장려정책 등 다양한 내용을 다뤄나갈 계획이다. <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3대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저출산 문제 해소를 선정했다. 향후 5년을 초저출산(超低出産)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판단하고 적정인구 5000만 명을 지킨다는 목표다.

그간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126조5587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백약(百藥)이 무효(無效)가 되고 있다. 오히려 저출산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구절벽’이란 신조어를 낳았다.

한국 출산율은 전 세계에 꼴찌 수준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로 최하위권이다.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도 당연히 꼴찌이다.

최근 10년간 저출산 대책은 보육 인프라 투자에만 집중됐고, 전문가와 육아 당사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생활 균형, 성평등 관련 정책 투자는 부족한 실정이다.

신언항(72)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무로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며 미래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출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출산의 발단은 일자리에서 시작됐다는 게 신 회장의 판단이다. 신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고, 자식을 낳아 기르기가 쉽지 않은 현실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며 “행복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생기고, 미래보다 ‘바로 지금’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인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분석했다.

저출산 대책 최우선은 근본적인 고용·소득 안정화라고 역설한 신 회장은 “저출산을 시민의식과 문화의 변화로 접근하는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의 가치’가 회복돼 아이를 낳는 게 좋다는 걸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시절부터 직장맘들을 위해 노력해온 그에게 저출산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정치권 일각에서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으로 1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출산장려금보다는 아동 수당(9월부터 시행), 보육 등 아이들을 경제적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특히 엄마들의 경우, 육아 문제 때문에 직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출산장려금의 경우, 지역마다 달라서 사는 곳에 따라 차별을 받을 수 있다. 보편적인 복지 측면이 중요하다고 본다.

출산장려금보다는 노동, 일자리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청년들은 미래의 출산세대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통해 ‘겁먹은 청년’에게 출산이 주는 축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저출산 문제를 출산율과 출생아수 증가를 목표로 삼는 정부 정책에 대한 생각은.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인간 삶 본질의 가치를 충실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 자연스레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인생의 본질적 가치는 ‘결혼의 가치’, ‘가족의 가치’, ‘자녀의 가치’다. 현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과거의 국가주의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일·생활 균형으로 방향을 맞추고 있다. 개인과 가족의 삶을 챙긴다면 저출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출산율이 떨어지면 인구가 줄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출산율을 제고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접근법은 잘못된 것이다.

- 유럽 일부 국가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사실혼제도’에 대한 견해는.

아동 인권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 혼자 기르는 경우는 더 힘드니까 국가가 더 각별히 돌봐줘야 한다. ‘사실혼제도’는 엄마의 행복이 아닌 이미 낳은 아이 배려 차원의 정책이다. 저출산을 위한 정책은 아니었다.

매년 정부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만 건 정도 임신 중절이 있다. 그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던 간에 정부가 경제적 부분 등 보장해준다면 임신중절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정부가 제도적 측면을 지원해준다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 중 1,000명 정도가 버려진다. 네덜란드의 경우 2013년 기준 연간 2~3명 정도다. 네덜란드는 ‘두 사람이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한 사람이 키우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러니 배려해야한다’는 관점에서 정책을 편다. 그 결과 1970년에는 1,200명, 1980년 500명, 1990년 200명으로 버려지는 숫자가 확 줄었다.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 대부분의 관점이기도 하다.

- 일본 정부에서 목적세로 ‘무자녀세’와 ‘싱글세’ 등 혼자 사는 사람에게 중과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결혼을 못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안하는 사람도 있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을 가려내는 것은 힘든 것이다. 일본은 군국주의를 거친 나라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문화 자체가 다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사고 유연성 부분은 낫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기에 1인가구는 물론 결혼을 했지만 자녀가 없는 가구까지 과세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여성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정신적인 측면도 많다. 혼자 집에서 아이를 보다보니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포털에서 육아맘 커뮤니티 ‘맘맘맘카페’를 운영 중이다. 아기를 기르는 엄마들이 많이 가입한다. 젊은 부부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임신, 출산, 육아 정보 제공을 위해 의료계와 협업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아이를 키우는 여성, 부모의 정서적 측면을 위해 앞으로도 더욱 신경쓰겠다.

시민단체들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임산부 배려 캠페인, 임산부 배려석 도입 등의 사업을 했다. 좋은 것은 정부에서 채택한다. 즉 중간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경우 ‘애를 적게 낳고 피임하자’에서 ‘적정 인구 수 유지’로 이슈가 바뀌었다. 협회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가치관의 회복’이다. 사회 구조적인 원인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가족의 가치가 소홀히 여겨진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결혼과 출산의 최종 선택은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구보건복지협회는 ‘행복의 가치’, ‘가족의 소중함’이 강조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인구 문제는 단기적으로 효과 나오지 않아…가치관 변화 주도해야(총평).

인구라는 것이 정부의 어떤 지원책을 갖고서 바로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저출산 문제도 아마 10년, 20년 두고 정부의 노력, 그리고 우리와 같은 민간단체의 노력이 성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선 젊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업을 바로 구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직업의 안정성도 없다는 것. 그래서 직업을 구하지 않고 안정된 자리가 없는 한 결혼하기를 꺼리게 된다.

정부는 가정이 건전하게 육성될 수 있도록 일자리 제공, 가정과 일의 양립 등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며 당연히 해야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민간차원에서 국민들 결혼, 자녀,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시켜줄 수 있는 홍보, 교육 등이 책무라고 생각한다.

대만 임어당 박사는 저서 ‘생활의 발견’을 통해 왜 우리가 자녀를 가져야 하는지 결혼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 다뤘다. 우리나라도 존경받는 문학가들이나 지식인들이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을 역설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고 결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것을 강제로 하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혼을 왜 하는지에 대한 가치관 변화 주도가 중요하다.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약력 △1946년 황해도 평산 출생 △동인천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영국 웨일즈대 대학원 경제사회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 의료윤리협동과정(보건학박사) △행시 16회 △복지부 연금정책과장, 총무과장 △주미대사관 참사관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 △제27대 보건복지부차관 △제3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 원장 △제14대 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 △중앙입양원 원장 △제5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제 13대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현)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홍성익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