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정부, 글로벌GM, 노조 등 삼자가 한국지엠 사태 해결을 놓고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여전히 글로벌GM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중으로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주도하에 삼일회계법인이 담당 기관으로 선정됐다.

실사 기간은 1~2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20명 가량을 투입해서 실사 기간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와 한국지엠 하청 업체 관계자들이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M계열사간 납품가격, 연구개발비용, 본사 관리비용 부담 산정 근거, 고금리 대출 내역 등이 주요 실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부실 이유로 꼽히는 높은 매출원가율, 연구개발비용 대비 턱없이 적은 신차 등에 대한 내용이다.

단 업계와 정부 등은 아직 실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의 눈초리를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작년 3월에도 산은이 한국지엠 비토권 상실에 대비한 감사를 시도했지만, GM이 '영업 비밀'을 이유로 자료 요청을 대부분 거부하면서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산은 등은 실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GM의 약속을 명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합의서에 이런 문구를 담겠다는 것이다. GM에 책임이 있다는 점도 함께 명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산은이 GM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글로벌GM은 세계적으로 '먹튀'의 달인으로 잘 알려져 있어서다. 특히 위기가 오면 정부에 지원금을 요구하고, 불발되면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

예컨대 2009년에 독일 오펠과 스웨덴 사브, 2012년에 호주 홀덴 등에서 정부에 지원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었다. 결국 오펠은 PSA그룹에 매각됐고, 사브는 파산, 홀덴은 유통망만 남게 됐다.

앞서 한국지엠이 오랜 동안 GM의 '적자 처리반' 역할을 해냈던 이력도 진정성 논란의 원인 중 하나다. 고금리 대출과 비싼 가격으로 부품을 들여오면서도 CKD는 저렴하게 팔았던 것은 물론이다. 한국지엠의 주무대였던 유럽시장에서도 완전 철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한국지엠의 부실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본사 차입금 3조원을 출자전환하겠다고 물러서면서도 부평공장을 담보로 요구하는 시도가 논란이 됐다. 유사시 땅값만 2조원에 달하는 부평공장을 팔고 떠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7000억원대의 차입금을 회수하겠다는 압력도 행사했다. 23일 이사회를 통해 이를 철회했지만, 금이 간 진정성을 짜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GM은 상습범이다"며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차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 어떤 자구안도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일단 한국지엠은 트랙스의 후속작인 소형 SUV를 부평공장에, 스파크의 후속작인 소형 CUV를 창원공장에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노조의 양보를 조건으로 내건 데다가, 전기차 등 미래차 전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탓에 결국 철수 시기를 늦추겠다는 것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볼트EV만 봐도 우리나라는 충분한 미래차 개발 역량을 갖고 있고, LG화학 등 기반도 갖춘 곳이다"며 "한국지엠이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모델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면 내수 시장 유지 진정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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