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한국영화의 불모지였던 판타지 장르가 지난 해 연말 개봉한 천만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을 시작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다양한 판타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어 그 결실에 귀추가 주목된다.

강동원을 내세운 판타지 영화 ‘인랑’은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했다. 가까운 미래 남북한이 7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통일을 선포한 가운데, 반통일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경찰조직인 특기대, 그리고 통일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권력기관인 공안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격돌을 그린다.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이다.

사극 판타지를 표방한 작품들도 줄지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명민 주연의 ‘물괴’는 조선 중종 22년에 흉악한 짐승이 나타나 나라를 어지럽히자 왕의 부름을 받은 윤겸(김명민)이 물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는다. 현빈과 장동건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창궐’은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의 창궐을 막고 조선을 구하려는 이청(현빈)의 사투를 그린다. ‘창궐’ 역시 제작비167억 원을 들인 대작이다.

지난 1998년 개봉한 ‘퇴마록’은 리부트 버전으로 제작을 추진 중이다. 세기말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에 대항해 싸우는 퇴마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린 바 있다. 이미 기술 테스트 촬영을 마쳤으며 감독 선임과 배우 캐스팅 작업에 한창이다.

이처럼 많은 영화 제작사들이 시각적 특수효과(VFX)의 발전과 자본을 바탕으로 판타지 장르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적인 액션, 드라마, 멜로 장르와 달리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점과 아직 국내 관객들에게 판타지는 신선한 장르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있는 한국영화계에서 판타지는 매력적인 장르”라며 “시각적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펙터클한 장면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판타지 영화가 점점 많이 제작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나 신선한 판타지 장르라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달 31일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은 관객 수 100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제작비 130억 원인 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나 개봉과 동시에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라는 평이 주를 이루며 흥행에 참패했다. 코믹 판타지라는 외피와 달리 어둡고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염력’과 마찬가지로 국내 판타지 영화들은 현실적인 요소가 강하다. 가상의 공간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맥락을 달리한다. ‘신과 함께’ 역시 보편적인 휴먼 감동 스토리를 담은 데다 캐릭터들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다. 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 ‘아이언맨’ 시리즈, ‘해리포터’ 등은 오직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는데 치중한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판타지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을 거둔 만큼 이야기나 소재 역시 좀 더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는 관객이 많아질 것이다. 판타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고 전망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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