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리틀 포레스트’(28일 개봉)는 일, 사랑, 현실에 치이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마치 ‘느림의 미학’을 말하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 속 인생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영화가 전하는 행복과 힐링은 별 게 없다. 사계절 내내 농사를 짓고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는 이유는 삶을 즐기는 법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취업이며 연애며 뭐하나 되는 것 하나 없는 혜원(김태리)이 고향으로 내려가 친구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을 만나며 벌어지는 변화를 그린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세고 독립적인 혜원은 머리를 식힐 겸 고향으로 내려온다. 며칠만 묵고 갈 생각으로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몰래 내려왔건만 어떻게 알았는지 재하와 은숙이 집으로 찾아온다. 혜원은 각박한 도시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재하가 부럽다. 은숙 역시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혜원과 달리 감정 표출에 능하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재하와 은숙을 보며 혜원 역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

사실 상 뚜렷한 메시지나 목표 의식이 담긴 영화는 아니다. 자극적이고 스펙터클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MSG가 전혀 없는 ‘리틀 포레스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각박한 삶에 지쳐버린, 웃을 일보다 찡그릴 일이 더 많은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있는 그대로의 풍광이 담긴 사계절을 통해 빛나는 자연과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정성 가득한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주인공들 역시 평범하다는 점 역시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요소다. ‘취업준비생’ 혜원이나 서울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농장을 꾸린 재하, 고향을 떠나고 싶지만 안착한 은숙의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평범한 캐릭터들이 점차 자신의 작은 숲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보는 이들에게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리틀 포레스트' 리뷰

소소한 웃음 코드 역시 관전 포인트다. 자신을 타박하는 고모를 보고 “역시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혜원과 속담을 읊으며 “옛 선조들은 대단하다”며 감탄하는 은숙의 유머에 웃음이 터진다.

실제로도 비슷한 또래인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있다. 마치 진짜 소꿉친구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기대는 모습으로 따뜻함을 더한다. 특히 첫 원톱 주연을 맡은 김태리는 밝고 사랑스러운 혜원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메가폰을 잡은 임순례 감독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소재가 넘쳐나는 요즘 휴식 같은 영화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임 감독의 뜻대로 영화는 흘러간다. 자칫 심심한 영화인 듯 하나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된다. 굳이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인생에 대한 해답을 구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러닝타임 103분. 전체관람가.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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