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올해 데뷔 3년 차를 맞은 김태리는 최근 연예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배우다. 영화 ‘아가씨’(2016년)의 흥행 후 스타덤에 오른 김태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해 연말 개봉한 ‘1987’부터 원톱 주연작 ‘리틀 포레스트’(28일 개봉), 이병헌과 함께 호흡하는 ‘미스터 선샤인’까지 3년 차 신인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행보를 자랑한다.

작품을 볼 줄 아는 선구안만큼 실생활도 야무지다. 최근 독립해 혼자 살고 있는 김태리는 똑 부러지는 성격만큼 자산 관리도 확실하다. “재테크는 잘 모르지만 주거래 통장을 통해 수입을 관리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행운의 숫자를 물어보는 기자에게 “생일이 4월 24일이라 4, 2, 4를 좋아한다”며 “경제지라서 숫자 물어보시는 거냐. 그럼 ‘리틀 포레스트’ 관객 수를 맞춰달라”고 미소 지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전작들에 비해 저예산 영화인데 어떤 점에 끌려 출연하게 됐나.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담담하고 소탈한 이야기를 담지 않는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라는 작품에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도 자연을 무척 좋아하기도 한다. 임순례 감독님을 만나보니 어떤 영화가 나올지 예상이 됐다.”

-임순례 감독과 처음 만난 당시를 말하자면.

“꽤 오랜 시간 카페에서 얘기했다. 내 신상정보를 탈탈 털린 기억만 남아있다. (웃음) 혜원이 자체가 독립심이 강하고 이기적이고 자신의 삶에 집중한다. 또 혜원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뒤로 웅크리는 느낌의 아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독립적인 면이 나와 참 닮았다.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도 강하고 자존심도 세다. 연기라고 하지만 거의 내 모습이 담겼다.”

-요리를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연습도 많이 했을 텐데.

“영화 촬영 전 푸드스타일리스트 선생님이 각 계절에 할 요리들을 만들어 보시곤 했다. 요리 과정 자체를 익힌다기보다 푸드스타일리스트 팀들의 손짓 등을 통해 힌트를 얻으려고 했다. 물론 칼질이나 요리 등은 직접 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배운 요리 지식들을 총동원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무 쟁반을 사서 요리를 해 먹기도 했는데 혼자 살아서 그런지 오래 가진 못했다.”

-친구로 나온 류준열, 진기주와 촬영하며 실제로 술을 마시기도 했나.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은 곡물음료였다. 사실 셋 다 술을 잘 못 마신다. (류)준열 오빠는 원래 술을 잘 못 마시고 (진)기주 언니는 술 병이 잘 난다. 나는 술만 마시면 잔다. 촬영이 끝나고 준열 오빠가 오늘 모이자고 하면 ‘치콜(치킨+콜라)’을 먹으며 건전하게 놀았다.”

-실제로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나.

“친구들이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살가운 스타일이 아니니까. 혜원이처럼 연락을 한참 안 하다가 막상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성격이 안 맞는 친구와는 연락 문제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혜원처럼 답 없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나.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 않을까. 삶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얻으려고 한다. 사실 정답은 없는데도. 나 역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나아질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단순히 돈이라든가 안정적인 삶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힐링을 어떤 식으로 하나.

“예전에는 잠이었다. 어떻게 보면 도피고 외면인 것 같아 새로운 힐링 공간을 찾았다. 바로 북한산이다. 가끔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산이 너무 가고 싶다. 북한산을 종종 간다. 우리 집이랑 가깝기도 하고. 다행히 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둘이 같이 간다.”

-문소리와 모녀 호흡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선배다. ‘아가씨’에서 같이 호흡한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엄마 역을 맡았다고 하셔서 너무 기뻤다.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한 것보다 참 편했다. 그래서 선배를 더 좋아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연기 데뷔를 반대했다고 들었는데.

“건강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그래도 너무 많이 멀어지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립하니까 엄마 표 집밥이 없어 배고픈 게 단점이다. (웃음)”

-‘효리네 민박’ ‘윤식당’ 같은 힐링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추세인데.

“그런 예능 프로그램들과 ‘리틀 포레스트’가 만들어진 원동력은 사람들이 힐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나도 제주도 가서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 저런 삶도 있구나’ ‘걷던 길을 돌아서 저렇게 선택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보는 것 같다. 우리 영화도 마찬가지다. 결국 마지막은 관객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데뷔 3년 만에 스타가 됐다. 배우가 딱 맞는 옷이라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이렇게 괴로울 줄 모르고 시작했다. 좀 더 재미있게 일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제대로 무언가를 못 하게 되는 것 같다. 과연 이게 맞는 길인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객관적인 시선에서 내 연기를 보려고 하는 편이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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