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호타이어가 과거 한 차례 협상이 불발됐던 중국 더블스타로부터 6,463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경영정상화와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더블스타와 협상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실무자 회의를 열어 금호타이어의 채무 상환 유예에 대한 결정을 한 달 미룬 바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한 달가량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의견차를 좁혀왔으나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로의 재매각설이 흘러나오며 대립각을 다시 세웠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가격 등이 맞지 않아 인수를 포기했던 업체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주당 5,000원, 총액 6,463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투자협상이 체결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의 지분은 42%에서 23.1%로 줄어들게 된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중국법인 정상화를 통한 경영 안정 제고, 채권단 손실 최소화의 관점에서 더블스타와 협상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봤다”며 “더블스타가 제시한 비전과 운영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투자협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 조건으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지분 매각은 더블스타는 3년, 채권단은 5년 제한된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올해 상반기 중 협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의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의 계속기업 가치가 4,600억원으로,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취약한 경쟁력, 고비용 원가구조, 과도한 투자비용 등으로 추정기간내 계속기업 가치 견인 요인도 부재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처리 방안 중 하나인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서는 신규자금 투입과 출자전환 등으로 1조5,000억∼1조8,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 관련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 이외의 다른 업체와는 의미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주매각 했을 때 더블스타와 상당한 의견 접근을 해놓았고 때문에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더블스타를 제외하고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표한 곳이 없었다는 것도 다시 더블스타와 투자협상을 시작한 이유다. 이 부행장은 “타이어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지만 타이어업과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유력기업에 타진해봤는데 태핑(시장 수요조사) 결과 노조 문제를 가장 부담스러워했다”며 “금호타이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 달 말미가 지나면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부행장은 “법정관리라는 표현을 웬만하면 안하려고 한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의 일은 법원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을 끝까지 반대하면 협상이 성사되기 어려워 결국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맞을 공산이 커진다.

그는 “노조가 끝까지 반대해 매각협상이 이뤄지지 못하면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른 대안은 없다”며 “그렇게 되면 법정관리에 갈 수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호타이어 노조가 회사의 자구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회생시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고려하고 있는 방안 가운데 법원의 절차도 포함돼 있다”고 강수를 뒀다.

한편 이날 금호타이어 노조는 채권단이 회사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대해 반발해 3∼4일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간부 2명은 이날 오전 해외매각 반대 등을 주장하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한 송신탑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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