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홍성익] 저출산이 우리나라의 심각한 국가적인 문제가 됐다. 한국은 이미 2001년부터 17년간 합계출산율이 1.3미만인 초저출산국가이다.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저출산·고령화 1~2차 기본계획(2006~2015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1.3명을 넘기지 못했다. 인구가 줄어들지 않으려면 합계출산율이 2.1은 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합계출산율이 1.3을 밑도는 나라를 ‘초저출산국’으로 분류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가까스로 1을 넘어 1.05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OECD 35개 회원국 평균인 1.68에 견줘 봐도 한참 낮은, 사상 최악의 수치다. 사람들이 이렇게 아이 낳기를 꺼리는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겠는가. 국가의 총체적 실패를 드러낸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전년도의 40만6200명보다 11.9%나 급감했다. 감소폭은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1년 이후 가장 컸다. 주 출산연령인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급감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 속도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가파르다. 게다가 2016년 전년 대비 7%에 이어 2017년 6.1% 감소한 혼인 건수를 보면,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차원을 넘어 나라의 근간마저 흔드는 위기 상황이다.

홍성익 편집국장대우

1970년대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6명의 다산(多産)국가로 정부는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1983년 인구대체수준(한 나라가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인구)인 2.1명까지 낮아졌다. 그 때부터 급격히 낮아지는 인구변화와 여성의 사회진출, 자녀관에 대한 국민 의식(가치관)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인구정책 방향을 수정했어야하는데, 인구증가 억제 정책 폐지를 1996년이 돼서야 했다는 것은 미련스럽고 안일한 정책부재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초저출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간 정부는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1·2차 기본계획(2006∼2015년)을 추진하면서 쏟아 부은 예산이 100조 원에 달한다. 그래도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정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질 3차 계획에 무려 197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1·2차 계획 기간과 비교하면 연평균 400%가량 증액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봐도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간 나온 저출산 대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산 기피 풍조의 근저에는 높은 청년실업률, 낮은 여성고용률,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 세계 최장 근로시간,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직장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저출산 현상을 분석해보면 크게 네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요인은 일자리이다. 청년 백수 100만 명 시대의 현시점에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든 점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젊은이들은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유망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발전시켜 유망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 청년들이 유망 중소기업들에도 취직하려고 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집값이다.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한 아파트 가격에 청년들은 어렵게 직장을 구하더라도 내 집 마련에 또 하세월이다. 집 장만을 할 수 없으니 결혼을 계속 늦추게 된다. 정부는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에 대해 적절한 통제로 가격을 안정시키고, 신규 아파트 입주 시 투기자가 아닌 신혼부부 등의 실수요자들이 분양받기 쉽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그와 함께 신혼부부들을 위한 저렴한 행복주택과 임대 아파트를 많이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셋째, 일과 육아의 병행이다. 여성이 직장을 가져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한 것도 저출산의 주요 요인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직장맘들이 마음 놓고 아기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늘리도록 해야 하고 기업들은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충분히 쓰도록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교육비용이다. 대학교 졸업까지 드는 교육비용은 자녀 1인당 평균 1억 원 정도라고 하고 사교육비까지 합하면 4억 원이 든다고 한다. 정부는 사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학자금 지원, 대학입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대학교에 가지 않고 우수한 직업학교만 나와도 대졸자와 동등한 임금을 받는 것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종합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2006년 ‘세계인구포럼’에서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교수는 “한국은 지금 이대로의 출산율이라면 300년 뒤에는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는 국가 1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후 우리나라 곳곳에서 저출산 문제가 핵폭탄급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그 심각성은 가끔식 울려퍼지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과 향후 조치에 따라 국가의 존폐가 달려 있다.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 초저출산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성·지역·생애주기 등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함께 하기에 무리가 없도록 국가와 지역사회, 기업이 협력·지원하고, 젊은이들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꺼리지 않게 일자리를 만들고, 주거와 육아·교육의 경제적 부담을 국가가 덜어주는 쪽으로 획기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 정부가 출산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핵심 공약에 포함하고, 저성장, 청년실업과 함께 경제부처의 3대 과제로 선정하는 등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이다. 저출산 해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기대된다. 정부는 3월 중 내놓을 저출산 종합대책에 참신하면서 현실성도 높은 방안을 많이 담았으면 한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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