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도입 선언한 재미뮤직 시안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공장식 생산이 아닌 개인에 맞는 최적화된 상품이 생산되는 4차혁명 시대.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4차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정 키워드의 정보를 걸러내는 'OO봇'이 SNS 공간에서 성행하고, 사용자는 자신이 이전에 봤던 콘텐츠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받는다. 음원 사이트들은 단순히 인기 있는 음악 순위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이용자의 기분과 상황을 고려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편집자 주>

■ 블록체인, 음원 유통 혁신 될까

블록체인은 '블록(Block)'과 '체인(Chain)'을 합친 말로, 단어 그대로 블록을 잇따라 연결한 것을 의미한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거래가 국내에서도 활성화되면서,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이 담긴 일종의 장부인 블록체인 역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블록체인은 기존 화폐 거래처럼 제 3자가 거래를 보증하지 않고 거래 당사자들끼리 가치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데,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4차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다.

최근 음원계에서 블록체인은 떠오르고 있는 화두다. 어떤 음원이 팔렸을 때 가수와 연주자가 가져가는 금액은 판매금의 6%다. 작곡가와 작사가는 판매금의 10%를 배분받는다. 가장 많은 비율인 판매 수익의 40%를 가져가는 쪽은 제작사와 음악 서비스 업체다.

블록체인은 분산식 원장(Distributes Ledger)이란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거래정보가 기록되는 블록들이 사슬처럼 연결돼 거래 기록이 네트워크 참가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분산 및 공유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을 음원 유통계에 도입할 경우 거래에 따른 장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신뢰도 높은 중앙 중개기관이 필요없다. 그 대신 모든 거래의 주체가 거래 정보를 함께 기록하고 보유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음원계에 정식으로 도입되면, 음원 생산자는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 기존에 중간기업들이 취해온 수수료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JYP 정욱 대표이사, 빅히트 방시혁 대표이사, SK텔레콤 노종원 유니콘랩스장, SM 김영민 총괄사장(왼쪽부터)

가수 및 실연자, 작곡•작사자들은 이 같은 기술의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아직 전송 시간이 느리다는 등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개발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크다. 작곡가 남기상이 부대표로 있는 재미컴퍼니는 지난해 말 블록체인 전문 기업 글로스퍼와 합작사업 및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굴지의 엔터사들도 지난 달 SK텔레콤과 손잡고 B2B 음악콘텐츠 유통 및 B2C 음악서비스 플랫폼 등 음악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검토해 현행 콘텐츠 유통 및 거래 구조를 개선시키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kt뮤직 지니의 AI 서비스 지니어스

■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식, AI

사물 인터넷의 발달로 점차 주목 받고 있는 AI(인공지능) 역시 음악계와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 음원 서비스 업체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만큼 AI는 음악계에서 점차 그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기존의 음원 서비스는 정적이었다. 생산자에게 제공 받은 음원을 소비자에게 단순히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지를 꼽아 순위를 매기고, 이를 시간대별로 보여주는 실시간 차트 정도가 가장 동적인 서비스였다. 이용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음악을 추천하는 AI는 이 같은 소비구조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kt뮤직의 지니는 지난해 6월 국내 음악 서비스 업계 최초로 AI 음악 서비스인 지니보이스를 출시했고, 6개월 여 뒤인 12월엔 AI 통합 서비스 지니어스를 론칭했다. 지니어스를 통해 이용자는 원하는 음악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 들을 수 있고, 외부에서 들리는 노래 한 소절만으로도 바로 해당 곡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표정을 탑재한 지니어스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업계 최다 이용자를 자랑하는 멜론 역시 스마트 음악 검색 서비스인 멜론 스마트 아이(i)를 공개했다. 빅데이터 분류와 카카오 아이의 음성형 엔진을 결합, 이용자들이 원하는 노래가 떠오르지 않거나 분위기와 어울리는 배경 음악이 필요할 때, 혹은 손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 등에서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개인의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하는 AI 서비스는 ‘콘크리트 차트’라 불릴 정도로 단단한 실시간 차트의 벽을 점차 허물어뜨릴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재미컴퍼니, kt뮤직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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