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연초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이 특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마다 올림픽, 여자 농구 등 특판을 할 만한 상황도 있으나 예대율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대율은 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의 비율을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은행업감독규정을 통해 은행들이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오는 하반기 예대율 규제 강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예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이 강화에 따르면 은행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 가중치는 올리고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내려간다.

예대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예수금을 확대하거나 가계대출을 축소해야 하는데, 후자의 방법은 은행 입장에서 어려운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예금 말고도 채권 발행 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예대율을 낮추기 위해 고금리 특판을 출시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일부 맞다”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이 특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각 은행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 중 특판을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할 계획이 있는 곳은 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네 곳이다.

KEB하나은행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서 올림픽을 적극 활용한 특판을 지난 달부터 잇달아 출시했다. ‘하나된 평창’ 전용상품이 그 예시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들 상품의 실적은 정기예금의 경우 3개월 만에 1조원 한도가 완판되어 추가 한도증액을 통해 8만여좌, 1조2,000억원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적금의 경우 8만1,000좌, 약 300억원이 유치됐다.

KEB하나은행은 이번달 초에도 삼일절을 맞아 6일간 연 3.0% 금리를 주는 적금 특판에 나섰다. 지난달 28일부터 5일까지만 판매된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5일 10시 30분 현재 이 상품의 실적은 4만4,500좌, 약 79억원 가량이 유치됐다. 하루에 1만좌씩 판매되는 셈이다.

6년 연속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우리은행은 5일부터 정기예금 특별금리 우대 이벤트를 실시한다. 그동안 우승 기념 정기예금 상품을 별도로 마련한 것과는 달리 올해는 이벤트로 진행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 출시를 하게 되면 상품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은 압도적으로 우승이 예상돼서 상품 심의를 사전에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가서야 우승이 확정돼서 상품 심의를 받을 수가 없어서 이벤트로 대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기간 1년의 정기예금을 가입하면 별도 조건 없이 만기 해지 시 연 2.0%의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 받고, 가입금액 및 계좌수 제한은 없다. 영업점 창구에서 가입가능하고, 이벤트 기간은 1조원 한도 소진시까지 계속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시즌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해왔는데, 이 상품들은 출시되기가 무섭게 매번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의 경우 단독 상품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프로야구 메인 타이틀 스폰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2018 신한 마이카(MY CAR) 프로야구 적금 및 예금’을 오는 12일까지 한정 판매하고 있다. 적금은 가입고객 전원에게 특별금리 연 0.5%P, 최근 3개월간 신한은행 적금 가입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 1.0%P를 제공해 최고 연 2.5% 이자율을 적용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판 상품들의 실적도 좋은 편”이라며 “이번 특판 적금 및 예금 이외에도 2018 프로야구 정규시즌 시작과 동시에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몇 년 전부터 특판을 내놓고 있지 않다. 지난 2015년 박인비 선수의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과 연계해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기원적금’이 마지막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단기로 상품을 출시하기 보다는 꾸준히 팔 수 있는 상품을 위주로 출시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며 “기존 상품의 금리를 좀 더 올리거나 새로 내놓아도 오래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4월 중에 올원뱅크를 통해 특판 예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특판 ‘러시’(rush)은 지난해 초와는 상반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만 해도 특판은 눈에 띄게 찾기 힘들었다. “초저금리로 지금 당장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어차피 은행으로 몰린다”며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며 예·적금 고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된 이유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림픽, 농구 우승 등 말 그대로 ‘특별판매’를 할 만한 상황들이 은행마다 있기도 하지만 예대율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은행들은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줄이기보다 예·적금을 늘리는 쪽을 택한다”며 “대출을 줄이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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