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최형호]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가 ‘투기 방지’라는 본 취지에서 벗어나 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노후 아파트의 안전기준을 강화하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고, 같은 연한이라도 안전진단에 대한 모호한 기준 때문에 서울 강남·북 간 지역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는 안전진단 시행을 행정예고 사흘 만에 진행했다. 정부가 안전기준 강화 대책으로 또다시 서울 내 재건축 단지 원천봉쇄에 나선 것이다.
실제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우선 ‘낡은 것’보단 ‘위험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재건축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재건축 승인이 통과된 강남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재건축 단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설령 재건축 단지로 인정받는다 해도 속도는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커 재건축 바람의 탄력을 받긴 힘들다.
낡은 것과 위험한 것의 기준도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지진 등이 발생할 경우 내구성을 검사해봐야 하는데, 안전진단 기준으로는 내구성 자체를 판단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지진이 나면 과연 안전 기준대로 ‘안전’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 규정상 사전적 내진성능을 판단하기보다는 지진 피해를 입은 뒤 안전성 훼손 정도를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토부의 안전진단 기준은 구조안전성을 보면 ▲기울기 및 침하 ▲내하력 ▲내구성 세 부문으로 나눠서 평가한다.
즉 건물의 기울기, 콘크리트 강도·중성화 및 철근 배열·부식 상태, 접합부 용접 상태, 균열 및 표면 노후화 등을 평가하는데, 사실 이런 평가 기준만으로는 건물이 지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견딜 수 있는지의 여부는 지진이 일어나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안전진단의 안전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안전진단을 대부분 통과한 강남 지역과 그렇지 못한 강북지역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 대책에 대한 부작용이 시작된 셈이다. 실제 부동산 업계는 안전기준 강화로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들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강남은 상당수의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거나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들 지역의 경우 안전진단 규제를 피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를 피하지 못한 강북지역보다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양천구와 강동구 부동산 시장은 비상에 걸렸다. 이미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뜨거웠던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해당 입주민들은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이 한창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가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소식에 목동과 강북 등 조합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이날 양천구 재건축 단지 입주민을 포함한 비강남 주민 1,000여명이 모여 시위를 한 데 이어 성명서를 내고 국민 수렴 없는 안전진단 시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부근에서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점점 정부의 안전진단 시행 반대하는 집단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형태다. 특히 정부가 행정예고 기간까지 단축하면서 시행을 강행했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과연 그 짧은 기간 동안,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주민의견이 몇 건 이었는지 ▲국민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을 단 한 번의 오프라인 공청회 없이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해명을 요구했다.
반면 국토부는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10일 동안 행정예고를 거쳐 국민의견을 수렴했다는 주장이다. 행정예고 기간 동안 나온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열흘 동안 주민 수렴을 거쳤고 심지어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며 "제안된 의견 대부분이 주차장 부족이나 소방화재 문제에 대한 것이어서 그 부분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는 행정예고 기간 중 제출된 의견을 반영해 '소방활동의 용이성'과 '세대당 주차대수'에 대한 가중치를 확대·조정했다.
최형호 기자 rhyma@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