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소비자들의 수입차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국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데다가, 차종별 선택폭도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 국내에서 생산한 모델 대신, 브랜드만 국산차인 'OEM' 수입차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진다. 

8일 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2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판매량은 각각 6,192대와 6,118대였다.

이런 판매량은 한국지엠(5,804대)과 르노삼성(5,353대)을 적지 않은 차이로 넘어선 것이다. 쌍용차 역시 7,070대 판매에 그치며 수입차에 꼬리를 잡힌 모양새다.

르노삼성 QM3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OEM 수입차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수입차 전체 판매량도 성장 일변도다. 2월에만 1만9,928대로 전년(1만6,212대)보다 23%나 늘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10만7,560대) 비중이 18.5%나 된다. 전년(14.1%)보다 4% 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2016년 잠시 주춤했던 연간 판매량도 작년 23만3,088대로 다시 늘어난 상황, 올해에는 역대 최고인 24만3,900대보다 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차 판매량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국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산차가 꾸준히 가격을 올렸던 반면, 수입차는 인상폭을 최소화하면서 국산차와 가격 경쟁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2월 BMW 3시리즈가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비결은 1,000만원이 넘는 할인이었다고 알려졌다. 국산 중형차 가격인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달 관련 커뮤니티에는 3시리즈를 구매했다는 소비자들이 줄을 이었다.

BMW 3시리즈는 2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베스트셀링카로 우뚝 섰다. BMW코리아 제공

특히 국산차 선택폭이 좁은 일부 시장에서 수입차 성장이 가파르다. 대형SUV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대표적이고, 체어맨 단종으로 사실상 제네시스만 남은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도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이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대형 SUV 시장은 쌍용차 G4렉스턴을 제외하고는 국산차 대부분이 상품성을 많이 잃은 상황이다. 현대차 베라크루즈는 단종됐고, 모하비는 연식이 오래됐다. 이에 따라 익스플로러와 푸조 5008, 토요타 라브4, 혼다 파일럿 등이 꾸준히 세력을 넓히고 있다.

국산차의 핵심이었던 중형차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닛산 알티마가 3,000만원 전후의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사이, 토요타 캠리가 신형을 발표하면서 수입 중형차 시장도 1,000대 이상으로 훌쩍 늘었다. 올해 혼다 어코드와 내년 닛산 알티마 등 신차 출시도 이어질 예정이어서, 모델 노후화와 국산 중형차들은 시장 방어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쉐보레 임팔라는 한국지엠이 처음 미국에서 들여온 OEM 수입차다. 시장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지만, 결국 국내 생산 계획은 무산됐다. 한국지엠 제공

업계 관계자는 "임금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많아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쉽지 않다"며 "수입차가 작정하고 가격을 낮춰 팔면 국산차 점유율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국산차 메리트'가 급격히 사라지면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생산·판매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우려가 나온다. 국내 공장에 신차를 배정하기 보다는 OEM 수입차를 확대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부담 축소를 노릴 것이라는 추측이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대안이 없다는 점, 가격대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 등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한 지분을 이어가고 있다. 포드코리아 제공

이미 외국계 자동차사들은 OEM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한데 이어, 앞으로도 에퀴녹스등 OEM 차량 도입을 확대하는 조짐이다. 르노삼성도 QM3 성공에 힘입어, 클리오와 밴 등 후속 차종을 이미 OEM으로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OEM으로 모델을 들여오면 수입차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보할수 있을뿐 아니라, 생산라인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서 비용 절감 및 운영 부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진다면 국내 공장을 특정 차종 기지로 전환하고 OEM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이라고 예상했다.

김재웅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