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 1, 2호인 K뱅크(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유상증자를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다음 달 말 추가로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2차 유상증자가 지지부진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증자에 나서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에 성공하면 자본금은 1조3,000억원으로 늘게 된다. 지난해 7월 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발했던 카카오뱅크는 같은 해 9월 5,000억원 증자를 포함해 모두 1조원의 증자를 하게 됐다.

5,000억원 규모의 이번 유상증자는 보통주 2,000억원, 전환우선주 3,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카카오뱅크는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기존 주주에게 현재 지분율에 따라 배정했다.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10%만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다.

하지만 이 한도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에만 적용된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선주는 은산분리에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실권주가 나와도 카카오가 인수를 할 수 있다. 이번 증자에 우선주가 섞인 것은 증자에 참여하지 못한 주주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유상증자를 전액 보통주로만 했다가 실권주가 발생하면 카카오는 이를 인수할 수 없어 사실상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수해야 한다. 이 경우 카카오뱅크에 대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율이 현재보다 더 올라가게 된다. 향후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거나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에는 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유증에서 보통주는 기존 주주들의 여력에 맞춰 정했으며 나머지 필요한 자금은 우선주 방식으로 조달키로 했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해 10월 단행한 1,000억원의 1차 유상증자에서 272억원 규모의 실권주가 발생해 주요 주주들이 의결권 없는 전환주 방식으로 나머지 주식을 인수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유상증자를 바탕으로 한층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1월 선보인 전월세보증금대출도 이번 유증을 발판삼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이 상품을 1,000억원 한도로 선보였는데 6일 기준 약 840억원 이상이 소진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여·수신 증가 속도가 빠르게 올라갔기 때문에 자본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증자 배경을 밝히면서 “전월세보증금대출의 경우 증자 이후 자본 확충이 되면 상시판매로 전환해 판매할지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및 한도 사전 조회건수나 대출 약정을 봤을 때 반응도 좋은 편이다. 6일 기준 사전조회 건수는 9만1,100건에 달한다. 이 상품은 지난 1월 23일부터 출시됐는데, 하루에 약 2,100여건씩 조회된 셈이다.

카카오뱅크 주주들의 주금 납입 예정일은 4월 25일이다.

안정적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오는 4월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는 아직 증자 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말 예정이었던 2차 유상증자가 올해 1분기가 끝나가고 있는 이 시점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1,000억원 1차 증자를 마무리하고 연내 1,500억원 가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주주사가 많고 일부 이탈하는 주주사들도 생기면서 증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은행경영의 건전성을 체크하는 지표인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생각했을 때 증자 시행 시기는 늦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 케이뱅크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BIS비율은 평균 15.21%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이 수치가 18.15%, 카카오뱅크는 13.7%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증자 협의를 마무리 중에 있다”며 “규모와 일정이 확정되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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