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제너럴모터스(GM) 측이 한국GM 정상화 방안의 윤곽을 담은 이메일을 최근 정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존에 밝혔던 출자 전환과 신규 투자, 신차 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산은은 GM이 일단 실사에 성실하게 응하라는 입장이다. 

11일 정부 당국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 방한에 앞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GM 경영정상화 방안의 윤곽을 설명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이메일에는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전액에 대한 GM의 출자전환 ▲2개 차종 글로벌 신차 배정 ▲신차 생산 배정에 따른 최신 기술 도입과 신규 설비 투자에 드는 총 28억 달러(약 3조원) 규모 투자 참여 ▲한국GM이 보유한 디자인, 차량개발 및 연구개발 역량을 미래 신제품과 기술에 활용·국내 연구개발 역량의 전문성 유지 ▲ 구조조정 비용 중 상당 부분 지불 ▲ 외국인파견임직원(ISP) 감축 및 리더십 구조 간소화 방안 ▲한국GM 경영실사에 원활한 협조 등 7가지 투자 제안이 담겨 있다. 

문제는 앵글 사장이 카젬 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산은에 참조 형태로 동보한 부분이다. 

지난번 방한 등 과정에서 이미 밝힌 내용을 이메일이라는 형식으로 담았을 뿐 새로운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앵글 사장이 지난달 22일 기재부와 산업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약속한 공식적 채널도 아니다.

시기적으로 볼 때도 GM의 이메일에 대해 정부·산은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완료한 이후 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토대로 한국GM 회생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했는데 지금은 실사는 시작도 못 했고 공식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은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GM 측이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지도 않은 경영정상화 방안의 윤곽을 정부에 재차 전달하고 이런 내용이 대외적으로 흘러나오는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구조조정 업계에선 GM의 이메일이 한국GM에 대한 조속한 실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 목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GM 측이 한국GM 경영정상화에 이만큼 의지를 갖고 있는데 정부·산은이 실사의 범위와 기한 등 문제에 두고 협상에 너무 강경하게 임하고 있으니 절충점을 찾아달라는 의미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앵글 사장은 8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산은이 실사 협의에 너무 강경하다고 하소연했고, 9일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이번 주 중 실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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