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30년 집 팔 구매자 많지만 ‘수요자’ 없어
90년대 일본 ‘빈집’ 2010년대 한국 부동산 시장 모습 닮아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공동캠페인 [2]

[한스경제 최형호]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역동적이지 않다. 젊은이들은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노년층이 메운 ‘늙은 나라’가 된지 오래다.

더욱이 청년실업이 늘어나자,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를 결심한 청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니, 아름다운 싱글이 되자고 스스로 정당화 한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치관이 고스란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인구절벽’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역동적이지 않다. 젊은이들은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노년층이 메운 ‘늙은 나라’가 된지 오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현재는 저출산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30년이 되면 젊은이보단 노년층 인구가 더욱 많아진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8월말 기준 14%를 넘어섰다.

실제 국내 산업 종사자를 보면 20대~40대 인구는 감소했고, 50대 산업종사자는 늘었다. 더욱이 이미 현역에서 은퇴해야 할 60대~80대도 아직도 국내 산업현장에서 주류로 일하는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 취업했거나 구직 중인 20대 경제활동인구가 60세 이상 노인에 사상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20대 경제활동인구는 406만3,000명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에 머무른 반면, 60세 이상 경제활동인 인구는 421만 명을 기록해 청년 산업종사자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국내 부동산은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집을 팔 수요자는  있는데, 집을 살 구매자가 없어지는 기형적인 구조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현재 살얼음판이다. 주택 소비 부진 사회로의 전환이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

굳이 정부가 투기를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지 않아도,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으로 수익 창출 가능성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가히 ‘부동산 쇼크’가 된 현재다.

2030년 ‘부동산 쇼크’ 현실로
 
LH토지주택연구원에서 발표한 ‘중장기(2013~2030) 주택수요 전망 연구’에 따르면 2030년 집을 사려는 구매자보다 팔려는 수요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대한민국 산업의 허리역할을 하는 30대~50대가 집을 살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들이  2030년이 되면 집 살 형편은 더더욱 희박해져 결국 집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 연령대인 15~64세 인구가 2016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왕성한 주택매입 연령층인 35~54세 연령대 인구는 이미 2011년 정점을 기록한 뒤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후 매년 1~2%씩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부동산 시장은 ‘이상 징조’가 감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분양 성수기라 불리는 ‘봄 이사철’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확산되고 있고, 서울 및 수도권도 서울 강남과 인근 지역을 제외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 한국도 일본처럼 부동산 시장 역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도 한 때 내수 경기를 살린다는 취지로 아파트를 과잉으로 공급했는데, 결국 수요가 부족한 변두리 지역은 아직까지도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며 “국내도 지난해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연초부터 과잉 분양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서울 전세민들이 최근 몇 년간 경기도로 이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서울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거시적으로 한국이 인구감소, 저출산 및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금리인상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일본처럼 서울 강남과 도심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의 부동산 시장은 인구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구감소는 국내 주택시장을 지속적으로 장기침체로 몰고 갈 수 있는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 일본이 1990년대 겪었던 부동산문제를 2010년대 들어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일본 ‘빈집 현상’ 따라가는 대한민국

현재 국내는 일본이 1990년대 겪었던 부동산문제를 2010년대 들어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의 경우 35세~54세 인구는 부동산 거품이 가시화되던 1990년 3,84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했다.

이는 한국의 2010년대 인구변화 추이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부동산이 수도권에 몰리자 도시 외곽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지방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국내도 일본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 인구가 몰리자 인구 과잉 형상이 나타났고,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수도권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택과잉 공급과 30대~50대 들이 집을 살 구매력이 약해지자, 지난해부터 동탄신도시를 중심으로 거래절벽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은 그간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서울 강남·북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구 절벽 현상으로 집이 남아돌 것이란 관측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15세~45세 인구 중 가구수의 대부분은 1~2인 가구이고 역대 경제 연령층 중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으로 구별됐다.

늘어나는 가구의 대부분은 현재 수도권의 4억~5억 원 이상 가는 아파트를 받쳐줄 유효 수요 집단이 아닌 셈이다.

즉 국내도 일본과 같은 ‘부동산 인구 쇼크’가 찾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주택 주 수요층은 인구구조상 집값이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주택 구입을 늦추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주거 특성 및 주택 수요 변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40대~50대의 2차 베이비붐세대의 올해 주택보유율은 2010년 58%에서 10%포인트 하락한 48%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세대는 주택구입 여력이 늘어나도 주택 구매 의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령 세대의 가구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에 대해 주택가격은 상승 요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락 요인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집값 상승을 노리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보단 미국처럼 임대형식의 아파트가 늘어나 ‘주거목적’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구가 줄어드는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 전반적으로 거주 형태도 바뀌게 된다”며 “소유하기보다는 임대료를 주고 사는 형태가 일반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