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투운동 거센 후폭풍…경찰 조사 앞둔 조민기 사망
원치않는 커밍아웃에 억울한 피해자 발생
고(故) 조민기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후폭풍이 거세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배우 조민기가 최악의 방법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12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사망하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을 두 번 울렸다. 미투운동의 본질이 흐려지면 안 되지만, 무분별한 폭로로 인해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이해영 감독은 성 정체성을 약점으로 잡은 폭로자의 협박에 커밍아웃까지 했다. B1A4 산들과 2AM 출신 이창민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 돼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미투 후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민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지난 9일 오후 4시쯤 서울 구의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의 창고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A4용지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청주대)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김선진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비롯해 딸 조윤경 양, 아들 조경헌 군 등 가족들은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기는 2015년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서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을 때 대중들이 느낀 실망감은 더욱 컸다.

조민기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처음에 부인하다가 폭로가 빗발쳐 경찰조사까지 받게 되자 심리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성추행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지은 죄에 대해 명백히 밝히고,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먼저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빈소에는 지인 및 동료 연예인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자칫 ‘성추행 옹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 배우 정일우는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 ‘Pray for you’(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남겼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유아인은 SNS에 화형 당하는 영상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미투 폭로로 고인이 마녀사냥 당했다고 주장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해영 감독은 성추행 의혹에 원하지 않는 커밍아웃을 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2012년 8월 정동진 여행에서 이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감독과 일행 한 명이 자신을 강제로 방에 끌고 가 옷을 벗기고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감독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난 성 소수자다. 게시자가 약 2년 전부터 나의 성 정체성과 인지도를 약점으로 이용해 지속적인 협박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이 감독은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 시나리오 집필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후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을 연출하면서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이번 미투 폭로로 개인적인 피해를 넘어 공적인 명예까지 실추된 셈이다. “강압적인 방식으로 내 의사와 무관하게 성 정체성이 밝혀졌다. 내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 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민과 산들도 미투 폭로의 억울한 피해자가 됐다. 한 여성은 2010년대 초 데뷔한 아이돌 그룹 보컬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2010년대 데뷔’ ‘부산 출신’ ‘메인 보컬’ 등을 증거로 산들을 의심했다. 댓글로 시작된 추측은 사실인양 일파만파 커졌고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민도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다. 한 여성이 발라드그룹 리드보컬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네티즌들은 이창민을 연상했다. 소속사 더비스카이는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이창민과 관계없다’고 해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어딜 가나 미투 얘기 뿐”이라며 “익명 폭로가 대부분이지 않냐. 댓글이나 SNS로 루머가 퍼져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름이 비슷해 오해 받는 일도 많다. 제2, 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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