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피죤 등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탈취제나 방향제에 사용 제한물질을 쓰거나 안전기준을 위반한 제품을 제조·수입한 화학업체가 당국에 적발됐다.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발생한지 불과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비슷한 성분의 유해물질이 적발되면서 ‘케미포비아’ 현상이 다시 불 붙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화학물질 생활용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신진주기자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위해우려제품 1,037개에 대해 안전·표시 기준의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45개 업체 72개 제품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기준을 위반했다. 조사 결과, 안전기준을 위반해 판매금지·회수명령을 받은 제품은 34개 업체 53개 제품이다.

이 가운데 10개 업체 12개 제품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제품 내 함유가 금지된 유해화학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죤은 분사형 탈취제에 PHMG를 함유했는데, PHMG는 눈에 들어갈 경우 심한 손상을 일으키고,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 시 장기에 심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물에 쉽게 녹고 휘발성이 큰 MIT에 반복 혹은 장시간 노출되면 아동의 경우 뇌세포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세포막과 피부에 화학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외에도 퍼실 겔 컬러를 수입한 (주)뉴스토아 등 13개 업체 16개 제품은 출시를 위한 필수과정인 ‘자가 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화학제품이 시중에 유통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유사하게 화학성분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네이버 아이디 ‘icec****’는 “진짜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에 노출되어 있는거냐”며 분통해 했고 ‘duni****’는 “걱정되서 잠이 안 온다. 피죤 로즈향 탈취제 저거 한통을 초등학생 된 아이와 함께 다 썼는데, 폐에 얼마나 무리가 됐을까요”고 말했다. 화학제품 사용을 아예 끊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케미포비아 현상이 다시 일어나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화학제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학물질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닌데 그런 인식이 또 퍼질 것 같아 염려된다”면서 “우리가 생활하며 먹고, 바르고 뿌리는 제품엔 화학성분이 들어있는데, 독성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정해진 기준에 맞는 적정량을 쓰면 해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00% 천연성분의 생활용품은 있을 수 없다”며 “집에서 직접 만드는 세정제 같은 경우도 방부역할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쉽게 부패돼 오히려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언론보도가 케미포비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전체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이 아니라 소비자 안전정보표시를 누락 등 다른 이유로 제재를 받은 곳도 많다”며 “일부 브랜드의 경우 특정수입사에 한정되어 회수명령이 내려졌는데 마치 모든 제품이 해당되는 것처럼 보도가 돼 혼란을 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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