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산업은행이 이번주부터 한국GM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시작한다. 하지만 실사 내용과 기간 등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원만한 진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산업은행은 특히 한국GM의 원가구조를 꼼꼼하게 들여다 볼 방침을 세웠다.

12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9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서울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날 산업은행은 “실사에 관한 이견이 상당히 좁혀졌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은 추후에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한국GM 실사 협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은 이번 실사에서 한국GM의 원가구조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원가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한국GM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GM의 이전가격 ▲고금리 ▲본사 관리비 ▲기술사용료 ▲인건비 등 5대 원가 요인을 집중 검증할 예정이다. 대부분 국회, 한국GM 노조, 시민단체 등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것들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GM 본사의 자구계획안이 실현 가능한지를 판단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GM은 협의를 계속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견이 완전히 조율되지는 않았지만 실사가 시작된 것은 양측 모두 더 이상은 늦어지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은행의 한국GM 실사는 예상보다 미뤄진 상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당초 지난달 GM과 협의를 마무리하고 이달부터 실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22일 정부와 GM은 한국GM의 경영 상황 판단을 위한 산업은행과 한국GM 간 재무실사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PWC)을 실사 담당기관으로 선정해 한국GM 측과 실사를 위한 실무 협의를 해왔다.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한국GM 대책 TF 위원장등 의원들과 면담 전 전담 통역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연합뉴스

실사가 미뤄진 이유는 양측의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양측은 실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는 확약서 내용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실사 범위와 기한을 두고 엇박자를 타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사) 기한도 기한이지만 실사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사를 위한 실무협의 과정에서 (GM 측이) 굉장히 민감한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어 실무진 간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히며 우회적으로 GM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자료목록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주고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글로벌GM과의 내부거래 관련된 정보, 원가 등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GM은 그동안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산업은행에 내부 거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 내용이 실사과정에서 드러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사 기간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GM은 1개월 내로 끝내자는 의견이나, 산업은행은 최소 2∼3개월은 필요하다고 봤다.

GM이 이달 중으로 신차 배정 결정을 내려야 한다. 때문에 GM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빠른 실사를 원하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그동안의 불투명한 경영을 철저하게 따지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비판 여론도 한 몫 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사태와 관련, 대규모 부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산업은행이 제대로 하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실수를 많이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여야 의원들의 지적 수위가 높았다. 어설픈 실사로 인한 ‘책임론’을 피하려면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원가구조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강도 높게 실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협조로 실사를 마친다해도 한국GM이 반드시 회생한다는 보장도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사의 중점은 한국GM이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를 하고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냐의 문제”라면서 “(실사 후) 현실적으로 지원이 힘들다고 판단이 되면 GM에서 요구하는 자금지원이나 이런 부분에 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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