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계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영화인들이 의기투합한 가운데 한국영화계의 성평등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문소리는 “사실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주저하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담담하고 차분하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동안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폭로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해왔다. 몸과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 내 주변의 동료와 선후배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우리는 방관자나 가해자, 피해자였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성평등센터 든든이 영화계 성폭력에 맞서는 ‘든든’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과정의 올바름 없이 결과의 아름다움은 없을 것”이라며 “기금도 필요할텐데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 “김기덕, 조재현 같은 사건이 없으려면 든든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영화진흥위원회 급의 결정권을 쓸 수 있을 만큼 권력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든든이 공개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화계 종사 여성 3명 중 2명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 외모평가나 음담패설 등 언어 성희롱이 가장 많았으며 9명 중 1명꼴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7∼9월 배우와 작가·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749명(여성 467명, 남성 2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6.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는 61.5%, 남성은 17.2%로 성별 격차가 컸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48.3%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0대(45.9%), 40대(43.1%) 순이었다. 직군별로는 작가(65.4%)가 성폭력·성희롱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 배우(61.0%), 연출(51.7%), 제작(50.0%) 순으로 피해 경험이 많았고 촬영·조명·녹음(27.1%)이나 배급·마케팅(28.0%) 분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고용형태별 차이도 컸다. 비정규직은 50.6%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당했으며 정규직은 29.9%에 그쳤다.

임순례 감독은 “우리도 깜짝 놀랄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 돼 소리 없이 떠나간 여성 동료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장에 놓인 여성 동료들이 더 이상 그런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센터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3월 설립됐다. 영화산업 내 성폭력 예방교육 진행과 피해자 지원, 성평등 영화정책 연구와 실태조사,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이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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