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동행이 만 1년을 맞았다. “신한이 구상할 수 있는 최강의 팀”이라는 자평을 남기고 고문으로 물러난 한동우 전 회장의 말처럼 핀테크, 글로벌 진출 등에서 그룹의 전략목표인 ‘원(One) 신한’을 위해 그룹과 핵심 계열사 간 시너지를 이끌어냈다. 

뼈아픈 부분도 있었다. 9년 만에 KB금융지주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고 당기순이익 ‘3조 클럽’ 진입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그려나가고 있는 조 회장과 이제 막 전환점을 돈 위 행장에게 올해는 특히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지주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오는 23일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한지 꼭 1년을 맞는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말 열린 취임식에서 글로벌과 디지털을 필두로 한 4대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와 현지화 동시 추구)의 가속화와 디지털 신한으로의 업그레이드에 방점을 찍었다.

이같은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지난 1월에는 2020년까지 신한금융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2020 프로젝트’의 이름을 ‘2020 스마트 프로젝트’로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2020년까지 그룹 내 해외 시장의 손익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의 취임 후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신한금융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신한베트남은행의 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했다. 지난 1월에는 프루덴셜 PL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프루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 리미티드(PVFC)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베트남 카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룹 내 비은행 부문에서의 첫 대형 해외 M&A였다는데 의미를 뒀고, 취임 당시 글로벌 M&A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조 회장의 ‘큰 그림’이 이제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한금융은 최근 자산규모 기준 업계 6위인 ING생명 지분 인수를 검토했다. 조 회장은 그간 공식 회의나 행사에서 M&A 의지를 종종 내비쳤다. 신한금융은 보험사가 없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손보사나 생보사를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신한금융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비은행 부문에서도 카드 비중이 높은 편인데,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전반적인 성장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익 다변화가 시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그룹사별 당기순이익을 보면 은행 부문이 56%, 비은행 부문이 44%다. 지난 2016년에는 이 수치가 각각 65%, 35%였다. 은행 부문 기여도가 낮아졌다는 얘기는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등 비은행 부문 계열사가 약진했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다만 ‘10년 수성’을 앞두고 9년 만에 KB금융그룹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것은 조 회장으로서 과제를 안게 됐다. KB금융은 지난해 2008년 지주사 출범 이래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입성하며 리딩뱅크 입지를 제대로 굳혔다. 신한금융은 3조원을 넘겼던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당기순이익 3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9,17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3조3,119억원으로 전년보다 54.5% 증가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조 회장이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M&A를 통해 글로벌 수익 비중과 비은행 부문을 함께 높여나갈 때, 위 행장은 국내에서 그의 ‘전문 분야’인 디지털 경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3월 7일 취임한 위 행장은 이미 취임 1년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 그중에서도 디지털 신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부분이 눈에 띈다. 위 행장은 취임 당시 “‘디지털 신한을 향한 길’이 우리가 가야하는 첫 번째 길”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신한으로 나아가기 위해 위 행장은 ‘슈퍼플랫폼’을 고안했다. 위 행장의 첫 실무지시로 탄생한 신한은행의 새로운 모바일 통합 플랫폼 ‘쏠(SOL)’이 지난 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모바일 플랫폼 중 뱅킹 업무와 직결되는 앱으로 하나의 모바일 채널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원 플랫폼(One-platform) 전략이 담겼다. ‘쏠(SOL)’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위 행장이 신한카드 사장 시절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신한금융그룹의 모바일 플랫폼 ‘신한 판(FAN)’을 이어 디지털 신한의 색깔을 공고히 할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평을 내놨다.

위 행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저변을 꾸준히 넓혀왔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멕시코 현지영업인가를 받고 멕시코에서도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멕시코는 현지 금융감독 기관의 영업인가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외국계 은행이 영업인가를 취득하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라며 “멕시코에 진출한 과거 외국계 은행들은 통상 2~3차례 현장 검수 이후 금융당국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영업인가 획득 여부가 결정됐으나 신한은행은 한 차례의 공식 수검을 통해 영업인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멕시코’의 출범으로 신한은행은 세계 20개국 158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확충하게 됐다. 동시에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아메리카를 연결하는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다.

2년 임기 중 딱 절반을 마친 위 행장은 남은 1년을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당시 강조했던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냈으니 이제는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조7,11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1조9,403억원)보다 11.8% 감소한 수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조1,7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무려 125.6%(1조2,107억원) 증가한 수치다.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과 대손충당금 등의 이유가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에 밀린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과 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기관영업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올해는 기관영업에서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그룹에 속해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떼어 기관그룹으로 확대개편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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