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R&D 투자 금액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분류할 경우 영업이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실적 착시'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가가 급등한 업체를 중심으로 R&D 관련 비용의 회계 처리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다.

1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가총액 4천억원 이상의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50개 가운데 R&D 비용과 무형자산 내역을 공시한 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곳(58.1%)이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1개 업체가 공개한 R&D 투자 금액은 모두 4천868억원으로, 이 가운데 무려 34.8%(1,697억원)가 비용이 아니라 무형자산으로 처리됐다.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 11곳의 R&D 비용 합계 59조1천177억원 가운데 19.3%(11조3천847억원)만 무형자산으로 분류된 것과 비교하면 2배나 높은 비율이다.

업체별로는 오스코텍이 R&D 비용 100%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고, 제약·바이오 업종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도 비율이 76.0%에 달했다. 

이에 비해 코오롱생명과학(5.1%), 한올바이오파마(5.1%), 녹십자셀(3.8%), JW중외제약(2.5%), 셀트리온제약(0.2%) 등은 10%에 못 미쳤다. 특히 영진약품, 한독, 동국제약, 신풍제약, 환인제약, 케어젠 등 13곳은 R&D 금액 전체를 비용으로 처리해 논란의 소지를 없앤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정부 판매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임상 시험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산화해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신약이 상품화되지 않을 경우 R&D 비용은 고스란히 비용으로 넘어간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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