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지난해 가상화폐 부흥기를 거치며 신 산업을 준비했던 대형사들이 최근 앞다퉈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가상화폐가 제2의 전성기를 맞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네이버·카카오톡이 가상화폐 시세를 전하는 한편 카카오가 화폐공개(ICO)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풀 꺾인 가상화폐 시장에 날개를 달면서 다시 고공행진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다음 '비트코인' 검색 결과 캡쳐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등이 대형 포털 네이버와 다음, 메신저 카카오톡에 가상화폐 시세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음과 카카오톡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을 검색하면 시세와 당일 고가·저가, 거래 추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업비트와 빗썸은 이달 안에 네이버에도 같은 서비스를 마련할 방침이다.

빗썸 관계자는 “포털이 먼저 거래소들에 정보 제공을 제안해 올해 초부터 준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기업 주도의 ICO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카카오가 지난 5일 블록체인 자회사 ‘카카오블록체인’을 설립했다. 자회사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ICO를 추진할 수 있다는 추측이 IT업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설립한 국내 법인 라인플러스도 올해 초 '라인 파이낸셜'을 출범해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들였다.

카카오의 ICO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형사의 진출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제2의 부흥기’ 물꼬가 트였다.

국내에서는 관련 법의 부재로 ICO를 직접 차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행법과 저촉될 여지가 많고, 금융당국이 ICO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기업들의 국내 ICO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CO를 통한 자금조달을 바란다면 해외를 우회로로 삼아 국외 ICO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포털과 대형사들이 진출 중”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신생 거래소들이 쏟아진 상황에서 갑자기 시장 상황이 위축된 바 있어 반등의 기회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전통적인 자본시장 구조에서는 자본조달이 까다롭지만 ICO는 보다 손쉬운 자본조달의 방법”이라며 “기업에서는 ICO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4일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카카오나 카카오페이가 ICO로 자금 조달할 계획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사진=허인혜 기자

금융당국은 카카오의 ICO 소식에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신뢰성을 잃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4일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의 ICO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카카오나 카카오페이가 ICO로 자금 조달할 계획은 없다고 들었다”면서도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주요주주로 경영의 역할을 겸한 상황에서 ICO로 신뢰를 잃으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한편 투자자들이 ICO의 위험성을 인지한 채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경고음도 울린다.

홍 교수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수익성을 보지 않고 (가상화폐에만) 투자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위험하다”며 “ICO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이 아니어도 성립된다. ICO와 블록체인을 동등관계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도 14일 내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ICO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갈링하우스 CEO는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분명히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ICO의 위험성은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고,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기거래가 등장하는 만큼 사려 깊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19~20일 치러지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회의도 가상화폐의 변곡점이 되리라는 예상이다. G20회의에서 가상화폐 규제안이 의제로 다뤄진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는 중이다. G20이 발표할 규제안의 수위에 따라 향후 가상화폐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봤다.

허인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