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채용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금융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감독기관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은행권은 물론 2금융권도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칼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3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감독기관의 권위’를 언급했다.

그는 “공정한 조사 기반이 마련된 만큼 검사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KEB하나은행 채용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확인해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현안 기자간담회에서도 최 위원장은 “문제의 본질은 사회적인 관심사인 채용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이 나왔으니 이 부분을 확실히 규명하자는 것”이라며 “이걸 규명해야 감독당국의 역할도 한다는 의미다”라고 이야기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만인 지난 1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사임한 직접적인 원인은 밝히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금융권 채용비리에 칼날을 겨눈 상황에서 수장이 언급된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재직 당시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바 있다.

금융권은 최 전 원장을 겨냥한 채용비리 폭로가 하나은행 내부에서 나왔으리라고 짐작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의 내부 사람이 아니면 확인하기가 어려운 내용들”이라며 “그렇다면 하나은행의 경영진들도 이러한 제보내용과 관련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 전 원장의 사퇴가 오히려 강력 조사를 위한 승부수라고 보는 견해도 곳곳에서 들린다.

은행권과 2금융권은 긴장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타 금융사까지 조사를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 건이 2013년 사안인 만큼 조사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2금융권은 제보를 기본으로 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최종 표적은 하나금융이지만 타 금융사를 지목한 제보가 이어진다면 조사를 피할 명분이 없다.

2금융권 관계자는 “조사 초반에는 업계가 투서의 부작용을 언급하는 등 일말의 반발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당국과 금융사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지금은 관련 이야기를 하기조차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2금융권에 쌓여있는 현안 논의도 활기를 잃었다.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연쇄 인하, 저축은행·캐피탈은 가계부채 대책 등이 각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볼멘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금융사가 당국에 반기를 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지만 요즘은 더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며 “단순 추천까지 채용비리에 포함된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금융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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