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그야말로 ‘청춘힐링’ 영화가 대세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시작으로 ‘소공녀’까지 청춘들을 겨냥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손익분기점 80만 명을 훌쩍 넘어 122만 관객을 동원한 ‘리틀 포레스트’는 순 제작비 15억 원의 저예산 영화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이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놉시스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극적인 설정이나 소재를 찾아볼 수 없는 영화다. 고향으로 돌아간 혜원이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각박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정(情)을 느끼는 과정을 잔잔하게 담은 게 전부다.

특유의 상업영화적인 장치를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경쟁사회에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힐링을 선사하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 관계자는 “영화의 타깃층인 2030 관객들이 ‘힐링 영화’로 꼽고 있다”며 “각박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샛별’로 불리는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점 역시 이 영화의 장점이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로 불리는 김태리를 선두로 류준열, 진기주를 캐스팅하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 중년 남성 위주의 영화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다. 또 2030 관객들이 또래 배우들의 현실감 있는 연기를 통해 공감을 얻게 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솜과 안재홍 주연의 ‘소공녀’(22일 개봉) 역시 청춘들을 위한 힐링 영화다.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이솜)의 도시 하루살이를 담아낸다.

주인공 미소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유니크한 캐릭터다. 우선순위가 돈과 성공으로 정해진 세상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담배와 위스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위해 과감히 집을 포기한 미소의 모습은 무모해보임과 동시에 대리만족을 준다. 미소는 집을 나온 뒤 학창 시절 함께 밴드활동을 한 친구들을 찾아간다. 여전히 자신만의 색깔이 확고한 미소와 달리 친구들의 모습은 보편적인 현대인으로 획일화 돼 있다. 점심 시간을 틈 타 포도당 주사를 맞거나, 원치 않는 결혼생활로 지쳐있거나, 사랑 없이도 안정된 삶이 최고라고 믿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친구들의 실상은 빈곤하기 그지없다. 이들을 향해 따뜻한 정을 베푸는 미소의 모습은 청춘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비록 물질적인 풍요는 없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삶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미소의 모습에서 위로와 응원을 얻는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JTBC ‘효리네 민박’ tvN ‘윤식당2’ 같은 힐링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것처럼 영화계에도 힐링 바람이 불고 있는 추세다. 한 영화 관계자는 “힐링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속속 나오는 원동력은 ‘우리가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남성 위주의 액션 범죄물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진='리틀 포레스트' '소공녀'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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