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해보험업계 CEO 모두가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CEO들이 자본확충과 건전성 지표 등 남겨진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관심사다. 다소 주춤했던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이유 있는’ 대표만 살아 남았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양종희 KB손보 사장,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 김정남 DB손보 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과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사진=각 사 제공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임기를 마치는 손보업계 CEO 전원의 연임이 확정됐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양종희 KB손해보험대표,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 등이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는 이달 연임에 성공하면서 최장수 CEO 타이기록을 세웠다. 김 대표는 2010년 동부화재(현 DB손보) 대표에 오른 뒤 3연임을 이뤄 오는 2021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이 현재 9년차 대표로 김 대표와 함께 최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DB손보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면서 김 대표의 연임이 사실상 확실했다. DB손보는 지난해 매출액 17조7,996억원, 영업이익 8,663억원으로 당기순이익 6,984억원(전년대비 +30.8%)을 기록했다.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는 지난해 12월 임기 만료를 세 달여 앞두고 연임이 결정됐다. 양 대표는 직전 국민은행장 후보추천 검증 과정에서 행장직을 고사하며 KB손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6년 3월부터 이끌어온 신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양 대표의 의지가 분명했던 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공로가 인정되면서 무사히 연임에 성공했다.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와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도 최고 실적을 이끌어냈다.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는 지난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수장 자리를 지켰다. 2014년 대표이사 전무에서 2015년 부사장에 오른 뒤 다시 한 번 승진하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손보업계가 지난해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서 CEO들의 운명도 결정됐다. 손보업계의 최대 상품인 자동차보험이 지난해 1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업계 실적을 끌어올렸다. 외산차 렌트비 현실화 등의 효과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낮아지면서다.

하지만 연임의 기쁨 뒤로 CEO들에게 남아있는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DB손보는 실적은 좋았지만 자산이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김 대표가 선임된 2010년 5%에서 2014년 4.42%, 2015년 4.23%, 2016년 3.69%로 낮아졌다. 메리츠화재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책비가 올라 금융당국으로부터 권고를 받았다. 롯데손보는 아직까지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자차보험료를 인상했다.

업계 전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본확충에 총력을 다했지만 지급여력(RBC)비율은 여전한 숙제다. ‘문케어’가 등장하며 실손의료보험료의 인하 가능성도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정책 변화에 따른 기저효과도 유통기한이 다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점이 오히려 올해 업계의 독이 될 수 있다”며 “정책 변화와 시장 변동성이 동시에 찾아와 손보업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한편 생보업계에서는 실적의 공을 인정 받은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갓 합병 작업을 마친 하만덕·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가 자리를 지켰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은 차 부회장은 보험업계의 숙원인 자본확충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면서 한화생명의 RBC를 대폭 끌어올렸다.

통합 미래에셋생명 초대 CEO로는 하만덕 부회장과 김재식 부사장이 동시에 올랐다. 당초 전 PCA생명 대표였던 하만덕 부회장과 미래에셋생명의 수장을 맡았던 김재식 부사장 중 한 명이 통합사의 CEO에 앉으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두 명의 대표가 함께 통합사를 이끌면서 양사의 결속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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