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업계가 GDP성장률 5% 이상의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현지 업체와의 업무협약(MOU)을 맺는 수준에서 최근에는 아예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장려하기로 하면서 진출 ‘러쉬’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업계가 동남아시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비씨·롯데카드가 각각 적게는 한 곳에서 많게는 네 곳의 동남아시아에 도전장을 냈다.

롯데카드는 이달 베트남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 지분 100%를 최종 인수하며 베트남 신용카드·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 계열사가 베트남 현지의 유통망을 보유한 만큼 현지 특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카드가 미얀마와 라오스에, 신한카드가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카드는 미얀마, 하나카드는 베트남,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손을 뻗었다.

국내 카드 시장이 출혈경쟁에 치달으면서 국외 시장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시장 포화상태가 오래되면서 점유율 싸움이 한 해 실적당락을 결정짓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시장의 80%가 카드로 이뤄지는 만큼 카드사들이 점유율 경쟁 외에 신 시장을 개척하기는 무리”라며 “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하면 카드 점유율 상승을 다시 노려볼 수 있다”고 전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조달금리 상승 등 대외 악재도 남아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GDP성장률이 둔화된 점도 카드사들을 동남아시아로 이끌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진출한 베트남은 최근 20년간 매년 5% 안팎의 GDP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지난해 “2018년 베트남 GDP 성장률 목표는 6.7%”라고 밝혔다. 미얀마의 GDP성장률은 연 평균 7%를 유지한다.

금융당국도 여신업계의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당국 관계자를 초청해 금융 네트워크 강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한편 국내 카드사들이 첨단 IT기술을 갖춘 만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에 결제 프로세싱 기술을 수출하며 맞손을 잡았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유력사들을 제치고 인도네시아를 선점한 이유는 KT의 국가망 사업 경험 덕분”이라며 “당시 인도네시아의 카드사용률이 7.3%에 그쳐 결제망 확대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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