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언제 어디서든 모든 행동에 신중하고 겸손한 그리고 성숙한 워너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룹 워너원이 고개를 숙였다. 카메라가 꺼졌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나눴던 대화들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나서다. 워너원 멤버들은 물론 방송사, 매니지먼트사까지 이번 방송 사고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19일 오후 Mnet에서는 신곡 발매를 앞둔 워너원의 '스타라이브' 현장이 공개됐다. 방송에서는 멤버들이 라이브 무대 전 대기실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담았다. 문제는 이 상황이 방송으로 나간다는 것을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과 워너원이 모르고 있어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 워너원의 몇몇 멤버는 "우리는 왜 자유롭지 못 한가", "휴대폰 번호 까발리자", "아침에 나 똥 쌌다", "미리 욕해야 겠다" 등의 발언을 했고, 이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일부 멤버의 발언이 성적인 단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서는 "성적인 단어가 맞다"는 쪽과 "'고등래퍼'에 나온 사이퍼를 따라했는데 발음이 부정확해 벌어진 오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워너원이 자신들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발언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워너원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YMC엔터테인먼트는 "유포된 일부 영상에서 실제 사용되지 않은 말까지 확대 및 재생산되는 상황 또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워너원에게는 억울한 상황일 수 있겠다. 빡빡한 스케줄이나 정산에 대한 불만이야 활동을 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아침에 대변을 봤다는 이야기가 꼭 감춰야 할 것인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도 사실처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면 그야말로 답답한 심경일 것이다.

자신의 가수의 입장과 처지를 누구보다 잘 헤아릴 많은 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인성'이다. 순수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팬들에 대한 사랑으로만 똘똘 뭉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혹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대상의 또 다른 면을 본 충격일 것이다. 지금껏 워너원이 청량하고 청정한 소년의 이미지를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워너원의 이번 논란은 아이돌이 얼마나 환상에 의존해 사는가를 잘 보여준다. 특히 Mnet '프로듀스 101'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들은 더 그렇다. 이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당시 매 회 자신이 가장 열정적이고 매력적임을 뽐내며 시청자들에게 '한 표'를 부탁해왔다. 고된 스케줄에 힘들 수도, 정산 시스템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국민 프로듀서'였던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현실이 아닌 환상이다. 내 사랑을 받고 있는 상대가 늘 그것을 인식하고 감사해하며, 그것을 통해 에너지를 낼 거라는 믿음. 누군가는 워너원의 방송 논란을 일컬어 'TMI(Too Much Information, 과도한 정보)'라 하는 이유다.

물론 워너원이 잘못한 부분은 확실하다. 누구의 번호인지 알 수 없는 번호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됐고, "미리 욕해야겠다. 십십십십십십" 등의 발언은 충분히 논란이 될 만했다. 카메라가 꺼졌다고 생각했다 할지라도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행동에 조심성이 없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과로 잘못은 용서되지만 깨진 환상을 다시 붙이긴 어렵다. 워너원은 데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