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은혜] 그룹 워너원이 M.net '스타라이브' 방송사고를 통해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탈덕'을 외치는 팬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워너원은 19일 '스타라이브' 방송용 마이크가 켜져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담을 나눴다. 대화 내용은 정산에 대한 불만, 빡빡한 스케줄에 대한 고충 등이 주를 이뤘다. 곁들여 "미리 욕을 해야겠다" "내 휴대폰 번호 까발리자" "(사생팬을 겨냥해) 우리 집 밑에 그만 와" 등의 발언을 했다. 소속사 측에서는 부인했지만 성적 비속어를 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얼핏 보면 그렇게 문제가 될 내용들은 아니다. 소속사와 아이돌을 비교해 본다면 아이돌은 '을'의 영역에 속한다. 정산과 스케줄 문제에 대한 불만은 충분히 토로할 수 있는 입장이다. "미리 욕을 해야겠다" "내 휴대폰 번호 까발리자" "(사생팬을 겨냥해) 우리 집 밑에 그만와" 같은 발언들도 태도 문제가 불거질 순 있지만 내용 자체가 큰 논란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대중들과 팬들이 실망한 이유는 어떤 포인트였던 것일까. 아마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 왔던 워너원만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부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꿈을 위해 정진하고, 꿈을 이루고 난 후에도 언제나 즐거워하며 그 덕을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돌렸던 워너원이다. 아마 제대로 방송이 나갔다면? "요즘 너무 바쁘지만 팬들의 사랑 덕분에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라는 투의 말을 했을 것이다. 엄청난 괴리감이다.

워너원이 '방송사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정산이나 스케줄, 사생팬 문제를 언급했다면 논란은커녕 많은 지지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혹은 원래부터 "요즘 너무 힘들어요. 스케줄 줄여주세요. 사생팬들 찾아오지 마세요!"라고 말하던 워너원이었다면 충격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논란은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워너원의 '이중성'에 '괴리감'을 느낀 대중들과 팬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은 환상을 팔아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돌 팬들이 아이돌을 선택하는 것은 그 환상이 진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팬 문화가 다른 연예계 직업군보다 유독 열성적인 이유다. 진심이 아니라면 통하지 않는다. 스타라이브 사고 영상을 본다면, 워너원은 그저 ‘앞뒤가 다른’ 아이돌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뿐이다. 

아이돌 1세대 H.O.T의 강타가 후배 아이돌들에게 조언을 남긴 적이 있다. 강타는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초심을 잃고 선배 신승훈의 충고를 무시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기는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충고는 직접 겪어봤을 때 와 닿을 것이다"라고. 데뷔 이래 꽃길만 걸어온 워너원에도 인기는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

김은혜 기자 q0509@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