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교수./사진=조기숙 SNS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고(故) 조민기씨의 죽음에 대해 "그의 카톡이 언론에 돌 때 나는 이 분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살인자도 얼굴을 가려주며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해 주는데 죄가 밉다고 언론이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는 건 또 다른 살인행위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이 말하며 "그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지 않았다. 다만 그 때 나서서 한 마디 하지 못한 나의 비겁함에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이게 정치문제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했고 모처럼 찾은 평화로 연구에 몰두했는데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며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언론이 황색 언론이 되었는데도 이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미투에 반하는 말을 했다가 마녀사냥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신뢰받고 용기있는 큰 어른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또 "세상을 오래 살다 얻은 교훈은 한 쪽으로 쏠리면 반드시 반대급부가 있다는 것"이라며 "쏠림이 심하면 심할수록 반대쏠림도 심하다. 급회전을 하던 차가 전복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지 않는가. 나는 미투운동이 전복되지 않고 순항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340개의 여성·시민단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미투연대에 나선다고 한다"며 "가장 시급한 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다. 또한 진정한 미투정신이 이어지도록 균형감각을 갖춰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미투 폭로에 대한 언론의 보도 준칙을 시급히 마련하라. 가해자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카톡 메시지 공개와 같은 언론을 통한 사생활 폭로와 거짓 폭로는 엄정한 법집행으로 사전에 예방하고 조민기씨의 허위 카톡을 게시한 사람도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의 가해에 의한 남성 피해자, 남성에 의한 남성 성착취 문제 등 미투조차 할 수 없는 소수집단이 신고할 통로를 만들고 피해에 공감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받고, 화해하는 선순환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힘을 보태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투를 통한 의식혁명은 지속되어야 하지만 여론재판이 아니라 정식 법절차를 통해 성폭력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보완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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