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분명히 'KIA' 앰블럼이다. 이름도 여전한 K9이다. 출시 직전까지도 'E' 앰블럼을 장착한다든가 이름을 '오피러스'와 같이 바꿀 것이라는 추측을 보기 좋게 부숴버렸다.

K9에 '썰'이 많았던 이유는 단 한가지, K9이 인기가 없어서였다. 형제모델인 제네시스 G80을 넘어서는 상품성을 갖췄으면서도 판매량 만큼은 좀처럼 G80을 따라가지 못했다. 기아차의 브랜드가 위엄이 없다거나, 이름이 K 돌림이라서 플래그십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K9 외관.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는 정공법을 택했다. 앰블럼이나 이름을 바꾸는 대신, 디자인과 상품성을 화끈하게 업그레이드했다. 20일 서울 강남 'Salon de K9'에서 열린 미디어 프리뷰에서 직접 K9을 만나봤다.

K9은 얼굴부터 ‘플래그십’답게 꾸며냈다. 더 커진 쿼드릭 패턴 그릴과 크롬 라인, 그리고 더 길어진 전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안정적인 측면부 라인이 인상적이다.

특히 헤드램프는 시선을 꽉 붙잡을 만큼 독창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 포인트다. 위아래 두줄로 그려진 듀플렉스 LED 램프와 순차점등식 방향지시등이 누가봐도 플래그십임을 짐작케 변했다.

K9의 뒷모습. 기아자동차 제공

리어램프에서도 이런 느낌은 이어진다. 헤드램프와 같은 듀플렉스 LED 램프에 메탈릭 베젤로 둘러싸 고급스러움을 배가했다.

이런 외관 콘셉트를 가리켜 기아차는 'Gravity of Prestige:응축된 고급감과 품격의 무게‘라고 이름을 붙였다. 색상도 외장에 7가지, 내장에 4가지로 나눠 소비자 취향을 정조준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K9이 얼마나 고급스러워졌는지 더욱더 와닿는다. 당장 휠베이스가 3,105mm로 이전세대 대비 65mm 늘어나면서 개방감도 높아졌다.

실내 디자인 콘셉트 이름은 ‘Confident Richness: 삶의 영감을 풍성하게 하는 공간’이다. 센터페시아에서 도어트림을 매끄럽게 이은 ‘파노라믹뷰’로 넓은 공간만큼 시야도 확대한 것이 기본 특징이다. 작동 스위치도 91개에서 73개로 대폭 줄여 편리하면서도 심플하게 구성했다.

여기에 명품 요소들을 가득 담았다. 곳곳에 자리한 퀼팅 패턴 가죽과, 실내를 7가지 색깔로 은은하게 비추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K9이 직접 품은 명품이다. 특히 앰비언트 라이트의 색깔은 세계적인 색상 부문 권위 기관인 ‘팬톤 색채 연구소’가 만들었다. 실제로 보니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유용하겠다 싶다.

고급 세단 필수품인 아날로그 시계는 모리스 라크로와 제품을 넣었다. 진짜 나무를 적용한 크래시패드, 유럽에서 들여온 명품 시트 가죽,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있다.

K9 실내. 기아자동차 제공

2열도 쇼퍼드리븐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등받이를 거의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뒤로 젖힐 수 있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확실히 갖췄다. 조수석을 미는 버튼도 있다.

오너드리븐을 위해서는 매력 있는 센터페시아를 만들어줬다. 여느 고급 수입 세단을 뛰어넘는다. 플로팅 타입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파워트레인 라인업만 봐도 실제 주행 성능은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3.8, 5.0 자연흡기 가솔린과 함께 3.3 터보 모델도 포함했다. G80 스포츠에 들어간 그 엔진이다. 트윈터보차저로 370마력에 52.0kg·m 토크를 낸다.

종합적으로 보면 K9은 럭셔리 고급세단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G80이나 벤츠 E클래스, BMW 5 시리즈 등 경쟁 모델보다도 상품성이 우수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경쟁 모델 디자인을 참고한 느낌도 들지만, 최근 자동차들이 닮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단점으로 보기도 어렵다. 

기아차가 밝힌 연간 판매 목표는 내수 2만대, 사실상 전작보다 10배 이상을 더 팔아야하는 수치다.

K9 성공 여부는 고급세단 소비자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시각으로 차를 고르느냐에 달려있다. K9은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으면서도 가격을 5.490만~9,380만원으로 억제했다. 만약 K9이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기아차는 좋은 차가 좋으면 된다는 정공법을 포기할 수 밖에 없어보인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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