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 지난 1월 KEB하나은행 파주엘지디스플레이출장소에 한 고객이 내점했다. 이 고객은 직원에게 체크카드 인출한도가 얼마인지를 묻고 현금인출을 요구했다. “집주인이 전세자금을 현금으로 원한다”는 것이 사용 용도였다. “현금보다는 수표나 계좌이체가 안전하다”는 직원의 권유에도 불구, 계속해 현금으로만 인출을 요구하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직원은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 건으로 판단했다. 그는 “출장소라서 가지고 있는 시재가 많지 않고, 마감시간이라 현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간을 끈 후 사내 메신저를 통해 본점 금융사기예방팀의 실시간 지원을 받았다. 경찰의 지원 하에 속는 것처럼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이들을 유인해 범인 4명을 모두 검거했다.

‘검찰·경찰·금융감독원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전세금 용도로 현금이 필요하다, 예금 전액을 인출해달라…’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은행 창구를 찾아 하는 말들이다. 금융사기 피해를 봤거나, 피해를 볼뻔한 경험을 한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와 준피해자의 연령대와 성별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예방책에도 관심이 모인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부산경찰청이 부산역 광장에 설치한 대형 광고판. 사진=연합뉴스

21일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과 6대 광역시 및 경기지역 신도시 등에 거주하는 25∼64세 성인 2,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사기 피해자와 준피해자는 558명으로 22.1%에 달했다. 실제로 과거에 한 번이라도 금융사기 피해를 본 경우는 2.6%(65명)였고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등 준피해자는 19.5%(493명)로 집계됐다.

금융사기 피해자 중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유형은 26.2%를 차지한 보이스피싱이다. 유사수신 및 금융피라미드 사기가 21.5%, 취업빙자 사기가 13.8%로 뒤를 이었다.

과거에는 금융사기가 노년층을 대상으로 성행했으나, 최근에는 방식이 교묘하고 다양해져 연령과 성별에 무관하게 피해가 늘고 있다. 위 예시의 고객도 20대 중반이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취업 관련 사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에 필요하니 개인정보와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려달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만약 금융사기를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먼저 계좌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30분 이내에 경찰청(112)에 신고 후 금융감독원(1332) 또는 은행에 요청하면 된다. 피해금 환급 절차도 거쳐야 한다. 경찰서에서 발급받은 ‘사건사고사실확인원’, 피해자 신분증 사본을 첨부한 ‘피해구제신청서’를 3일 이내에 해당 금융회사에 제출하여 피해금 환급신청을 해야 한다.

피해액만 돌려받았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정보포털파인 또는 거래은행 영업점에서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을 신청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금융계좌의 보안카드와 비밀번호는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내 주요 은행들은 금융사기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이상 금융거래에 대한 빅데이터를 탑재해 금융사고 예방 역량을 업그레이드 해오고 있다. 또, 본점 차원에서 전 영업점에 금융사기 피해예방 관련 교육자료를 전달하고, 영업점에서는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등 금융사기를 사전에 예방한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부 내에 금융사기예방팀을 신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위의 예시에서처럼 본점과 영업점간, 은행과 경찰간 유기적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금융사기예방팀은 평균경력 15년의 베테랑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의심계좌에 대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사기유형을 분석한다. 또, 신종 금융사기 기법을 신속하게 영업점 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 금융사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기 예방은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근 금융사기 수법에 대한 철저한 예방 교육, 경찰과의 신속한 공조가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금융사기 피해 72억원을 사전에 예방했다. 대포통장 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0.008%로, 2014년 12월 말 대포통장 비율(0.26%)에 비해 97%(0.252%P)나 감축했다.

지난해 2월 금융권 최초로 딥러닝 기반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도입한 신한은행은 같은 해 10월 빅데이터를 적용, 딥러닝을 한층 고도화 시킨 ‘하이브리드(Hybrid) FDS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 시스템에 대량의 이상 금융거래 데이터를 탑재했고, 전문가들이 체계화한 ‘이상 금융거래 규칙’과 금융보안원의 ‘금융거래 블랙리스트’까지 입력해 탐지능력을 한층 강화했다. 최신 이상 거래 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이상 거래 패턴 수백만개를 만들고 지속해서 학습하고 있으며, 탐지율은 93∼99%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본인을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야 한다”며 “고액 현금인출뿐 아니라 한동안 거래가 없었던 통장 거래도 (금융사기) 의심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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