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과 함께 줄곧 언급됐던 ‘메기효과’가 모바일 전세대출 영역에서는 유효한 모양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1월 출시한 전월세보증금대출이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약정액을 뛰어넘고 편리함을 무기로 3040 고객에게 큰 호응을 얻은 상황에서, 이 시장으로의 진출은 필수가 됐다. 발을 들인 것만이 끝이 아니다. 금리는 더 낮게, 대출 신청에서 실행까지 단계는 최소화한 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모바일 전세대출은 주말과 휴일에도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 때문에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은행 영업일에 맞춰 이사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했고 무엇보다도 영업점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각 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365일 24시간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대출한도와 금리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도 스마트폰으로 제출하면 된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날 스마트폰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i-ONE(아이원) 직장인전세대출’을 선보였다. 대출대상은 현 직장에 3개월 이상 근무하고, 국민연금 납부가 확인되는 직장인이다. 대출한도는 신용등급별 한도와 임차보증금액의 80% 이내 중 적은 금액으로 결정된다. 은행권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중 한도가 가장 높은 5억원이다.

기업은행까지 스마트폰 전용 전세대출상품을 출시하면서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 모두가 모바일 전세대출을 취급하고 있거나 취급할 예정이 됐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비대면 전월세대출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모바일 전세대출 시장에 불을 지핀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보증금대출은 지난 13일 출시 49일 만에 약정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49일 동안 하루 평균 대출 약정 체결 금액은 21억원, 전월세보증금 대출 사전조회 누적건수는 10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애초 이 상품을 1,000억원 한도로 판매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대출을 중단한 뒤 이를 보완해 확대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범 운영 결과 큰 문제점이 없다고 판단해 중단 없이 바로 상시판매로 전환하기로 했다.

핵심 고객 연령대인 3040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전월세보증금 대출 고객 중 30·40대가 89%였으며, 2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8%와 3%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상품 출시 이후 지속적인 고객 유입에도 IT 운영, 서류 심사, 고객센터 등을 비롯한 전반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됐고 자체 조사 결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휴일에 대출을 실행한 비율은 전체 대출의 11%로 휴일 대출 실행 수요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연 2.82%(신규 코픽스 기준·6개월 변동금리)로 시중은행 최저수준의 대출 금리 카드를 들고 나왔다. 현재 이 금리는 2.81%로 소폭 떨어진 상태다. 파격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도 면제했다. 시중은행은 기간과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징구하고 있다.

K뱅크(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금융권에서는 ‘메기 효과’를 점쳤으나,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편리성으로 무장했지만 기존 은행과 비교했을 때 규모와 기확보된 고객에서 이미 큰 차이가 벌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메기 효과가 유독 모바일 전세대출 상품에서는 이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지난 1월 23일 이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은행들은 전·월세 대출 상품으로까지 비대면 대출 상품 영역을 넓히면서 신용대출에 이은 대출 상품 ‘2라운드’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과 카카오뱅크의 핵심 이용 고객의 연령대가 이들이 열을 올리는 까닭이다.

먼저 정부가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며 주택담보대출을 줄인 것이 전세대출 증가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지난 1월 말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약 40조422억원이다. 2016년 1월 22조7,331억원에 비하면 30%가 넘게 늘었다.

은행의 핵심 고객 연령대인 3040이 특히 이 상품의 수요가 높다는 것도 이유다. 카카오뱅크의 연령대별 가입자 비중은 30대가 34.9%로 가장 많고 20대는 28.9%, 40대는 24.0%를 차지한다. 시중은행으로서는 전세자금수요가 높은 30대 고객들의 이탈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칼날에서 사실상 전세대출만 비켜갔다”며 “아직은 큰 폭의 고객 이탈은 없으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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