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원안대로 통과…이재용 불참

[한스경제 변동진]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해야 할 때다"

삼성전자는 23일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대표이사와 의장에서 물러나는 권오현 회장은 이같이 밝혔다.  재계 귀추가 쏠린 이재용 부회장은 주총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등기이사직은 계속 유지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주총을 개최했다. 상정된 ▲재무제표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발행주식 액면분할과 정관변경 등 4개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됐다. 사내 이사에는 김기남 다바이스 솔루션(DS)부문장 사장·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 사장·고동진 IM부문장 사장,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4명이다. 사외 이사에는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김선욱 이화여대 교수·박병국 서울대 교수 등이 각각 선임됐다.

특히 김종훈 회장과 김선욱 교수는 각각 외국계 기업 대표, 여성 전문가로 삼성전자 사외이사로선 이례적이다.

재계 관심이 쏠린 이재용 부회장은 주총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후 풀려났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외경영 복귀 시점’을 이번 주총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상고심이 남은 만큼 최종 판결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게다가 이날 새벽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됨에 따라 ‘DAS(다스) 미국 소송 대납’ 사건도 해결해야 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직은 계속 유지된다.

일부 주주들은 의안 상정에 앞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약 19%에 달하는 점유율을 유지하다가  차지하던 중국시장 한 자릿수 대로 내려왔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해 5월과 9월, 중국 영업 조직 책임자 교체 및 현지 영업 조직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여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그동안 쌓인 여러 문제를 정의하고 고치는 응축된 일들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최근 플래그십 모델들은 거의 두자릿수 근접하는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는 만큼 한 번 저지른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제가 책임지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총을 끝으로 의장에서 물러나는 권오현 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주주 여러분의 성원과 임직원의 헌신으로 매출 239조5,800억,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15위, 보스턴 컨설팅 그룹 선정 최고혁신기업 5위, 인터브랜드사 발표 브랜드가치 6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며 “이러한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지난해 총 9조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소각하고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의 절반도 소각했다”며 “총 배당은 5조8,000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2020년까지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에 중점을 둬 배당이 대폭 증가될 예정”이라며 “50대 1의 액면분할을 승인받아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주중시 정책을 공고히 하기 위해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했고,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은 심의를 거쳐 주주 여러분들과 소통하겠다”며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할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번 주총을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와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급격히 변하는 IT 산업 속성 생각해볼 때 지금이야 말로 후배 경영진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기남 DS부문장을 비롯해 김현석 CE부문장, 고동진 IM부문장 등은 각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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