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카드가맹점의 IC단말기 전환율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관계당국이 ‘가맹점 해지’라는 압박 카드를 내밀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IC단말기 교체를 두고 아직까지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법 시행 반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맹점과 카드업계, 당국의 입장차가 좁아지지 않아 전환율은 70%를 갓 넘긴 상황이다.

사진=금융감독원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9일 IC단말기 전환 유예기간이 만료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부가통신업자가 자신이 제공한 신용카드 단말기를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으면 해당 업자 및 임직원에 대해 시정명령, 주의·경고 등 제재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부가통신업자와 기존 가맹점은 오는 7월 20일까지 기존 단말기를 보안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이 기간 이후 IC단말기로 교체하지 않은 가맹점은 과태료를 문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가맹점은 아예 카드 결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강수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회초리를 꺼내든 이유는 법안 시행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전환율이 71.1%에 그쳤기 때문이다.

가맹점들은 IC단말기 교체 비용이 부담스러워 교체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아예 IC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영세 사업자도 부지기수다.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 밴사와 금융당국이 관련 기금을 조성하는 등 기름을 부었지만 속도는 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IC단말기 교체 물량이나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영세 가맹점들은 단말기 교체에 따른 금액 부담을 느끼거나, 홍보 부족 탓에 아예 IC단말기나 마그네틱 단말기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단말기 교체비용을 영세 가맹점에만 지원하는 방안이 시류를 읽지 못했다는 지적도 인다. 월 결제 건을 비교해 보면 영세 가맹점보다 대형 가맹점의 전환을 독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키오스크(KIOSK·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도 새로운 난제로 등장했다. 대형 병원이나 주유소, 관공서 등에서 무인 안내와 결제를 겸하는 단말기로 사용한다.

키오스크 결제 방식을 IC단말기로 전환하려면 기기당 수백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키오스크를 여러 대 구비하고 아예 무인으로 운영하는 사업장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영화 한국주유소협회장도 지난달 중앙회장 당선 소감으로 ‘셀프주유기 IC카드 도입 의무화 개선 추진’을 우선 언급했다.

NFC단말기와 IC단말기가 갈림길을 걸으면서 교체 비용이 이중으로 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가 자체 NFC단말기 ‘동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와중 IC단말기 전면 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첩첩산중의 논란 속에서도 IC단말기 교체를 추진하는 이유는 보안성과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IC단말기의 보안성이 뛰어난 데다 결제 시간도 단축되는 등 이점이 분명해 금융당국도 할 말이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IC단말기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은 가맹점이나 업계, 금융당국이 모두 동감하는 내용”이라며 “다만 대대적인 홍보나 독려 없이 숙제검사식으로 전환을 독촉한다면 유예기간에 임박해 IC단말기 전환이 몰리는 등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