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최근 바이오주가 시련을 겪으면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오주는 연구개발(R&D) 비용 회계 처리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장의 악성 루머, 그리고 허가 이슈 등 다양한 ‘뇌관’을 품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거래소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차바이오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차바이오텍은 자체 결산에서 지난해 5억3,000만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파악했으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강화된 감사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8억8,1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4년 연속 적자가 발생하면서 관리종목이 된 것이다.

차바이오텍 주가는 23일 하한가로 추락하는 등 이틀째 급락했다. 차바이오텍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회사 측과 삼정회계법인은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처리를 놓고 의견이 달랐다. 차바이오 측은 R&D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비해, 삼정회계법인은 이에 반대했다.

앞서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셀트리온을 두고 지적했던 R&D비 회계처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개발비를 회계처리할 때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6가지 무형자산 인식 기준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자의적으로 기업이 처리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테마 감리를 진행하면서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이전처럼 쉽게 R&D비를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신라젠 등 다른 신약개발 바이오주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에 충격이 있더라도 똑바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자료=박동흠 회계사 블로그/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일단 셀트리온 측은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백지상태인 신약과는 달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은 이미 오리지널 약을 통해 시장규모 등이 모두 예측 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개발 중인 신약 개발비는 불확실성에 따라 관련 비용 전액을 판매관리비 상의 경상연구개발비로 인식해 오고 있다”며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경우에는 식별가능하고, 통제가능하며, 미래경제적 효익의 유입가능성이 높은 시점에만 자산화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을 제외한 다른 신약 개발 업체는 언제 차바이오텍과 같은 ‘R&D비 폭탄’을 맞을 수 있어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퇴행성 골관절염 세포치료제인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허가가 불발된 네이처셀의 사례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의약품 규제당국의 허가 이슈도 바이오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이처셀 주가는 지난 19일과 21일 하한가로 추락했다. 16일 6만2,200원이었던 주가는 23일 2만4,800원으로 60%이상 폭락했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취소와 같이 규제당국의 허가 이슈도 바이오주의 운명을 좌우하는 원인이 됐다.

여기에 프랑스 협력사 트랜스진이 진행 중인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1상 결과 발표를 6개월 연기한다는 소식에 신라젠이 22~23일 급락하는 등 루머(소문) 역시 바이오주를 괴롭히고 있다. 신라젠은 부인하고 있지만 역시 루머로 돌던 차바이오텍 ‘한정 감사의견’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성향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바이오주에 부담이다. 연준은 지난 21일(현지시간)을 포함 올해 최대 4번의 금리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도 3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성장주인 바이오주는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무엇보다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점이 최근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돈을 빌려서 신약개발을 하는 바이오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증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주는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 종목 중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등 6개나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주 주가가 주저앉으면 지수도 함께 눌릴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코스닥활성화를 발표한 지난 1월에 코스닥지수는 장중 932.01까지 치솟았지만 23일 종가는 830선도 밑돌고 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이 모두 성공하면 좋지만, 그럴 거라고 믿는 투자자도 없다”면서 “정말 투자자를 속이는 기업이 아닌 한 조금 더 시간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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