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소공녀’는 최근 트렌드로 불리는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영화다. 주인공 미소(이솜)의 도시 여행기를 현실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이 영화는 2030세대들의 현주소를 짚어냄과 동시에 힐링과 위로를 선사한다.

영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기 위해 과감히 집을 포기하는 미소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미소는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한 개비,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만 있으면 되는 미소는 집을 떠나 과거 밴드를 함께 했던 친구들의 집을 돌며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늘 해맑은 미소와 달리 친구들은 저마다의 걱정과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로 점심시간에 포도당 주사를 맞는 문영(강진아), 시댁 식구들에게 무시당하며 사는 현정(김국희)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이혼하고 아파트 대출금에 시달리는 대용(이성욱), 결혼만이 안정이라 생각하는 록이(최덕문), 부잣집에 시집갔지만 과거를 숨기는 데 급급한 정미(김재화)까지. 미소는 한결같이 정신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영화 '소공녀' 리뷰

친구들은 집을 떠난 미소를 안쓰러워하고, 갈 곳 없는 ‘이방인’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소는 ‘집’만 없을 뿐 누구보다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확실하게 알고, 자신의 가치에 기준을 둔 소비를 통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물론 미소는 판타지에 근접한 인물이다. 물질적인 풍요 대신 정신적인 풍요를 택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고 자신에게 독설을 퍼붓는 친구에게도 따뜻하게 위로의 손을 내미는 이는 찾기 힘든 법이다. 연출을 맡은 전고운 감독은 미소 캐릭터를 ‘힐링’ 그 자체로 설정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다.

미소와 한솔 커플의 모습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데이트조차 마음껏 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 N포 세대들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렇게 살면 안 돼’가 아닌 ‘이렇게 살아도 돼’라는 메시지로 2030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결국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미소의 마지막은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은 이솜의 연기 역시 돋보인다. 청춘을 대표하는 얼굴로 분한 이솜은 따뜻하고 사랑스럽지만 독창적인 매력을 지닌 미소를 흠 잡을 데 없는 얼굴로 표현했다. ‘범죄의 여왕’ 인연으로 광화문시네마와 의리를 지킨 박지영과 호흡 역시 영화의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러닝타임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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