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최근 ‘리틀 포레스트’ ‘소공녀’ 등 청춘남녀가 주인공인 영화가 잇따라 개봉했다. ‘소확행’ 영화로 불리며 사랑 받는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저예산 영화라는 것이다. 각각 제작비 15억 원, 3억 5,000만원을 들였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해 한국 상업영화 평균 총 제작비(52억9천만 원)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은 돈을 들인 작품이다.

지난 해와 올해 개봉한 작품들만 봐도 2030세대가 주인공인 한국 상업영화는 드물다. 2017년 개봉한 한국영화 중 박스오피스 1~10위에 오른 작품 중 유일한 청춘물이 ‘청년경찰’(관객 수 565만3,270명)이었다. ‘청년경찰’ 역시 제작비 45억 원을 들인 중·저예산 영화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춘을 앞세운 개봉작들 중 유일하게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를 넘은 작품은 이승기, 심은경 주연의 ‘궁합’(60억 원)이었다.

반면 중년 남성들을 앞세운 상업영화는 올해도 여전히 포화 상태다. 올해 첫 천만 축포를 쏜 ‘신과 함께-죄와 벌’을 시작으로 ‘강철비’ ‘1987’ ‘그것만이 내 세상’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등 개봉작들의 주인공은 모두 40대의 남자배우다. 한국영화 10편 중 여전히 7~8편 이상은 중년 남성에게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추세가 이러하다 보니 가뭄의 단비처럼 청춘배우들이 주인공인 상업영화가 나오면 영화 홍보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젊은 피 수혈’이라는 홍보문구를 쓰기도 한다.

영화계는 점점 다양한 포맷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드라마와는 다른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범죄액션물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으며, 스크린을 장악하는 주인공들은 ‘중년남성’들이다. 방송과 드라마에서는 ‘톱스타’ 대우를 받는 배우들이 영화에서는 중년 남성의 ‘그림자’나 ‘오른팔’로 나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최근 JTBC ‘효리네 민박2’에서 단기 알바생으로 출연하며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박보검 역시 영화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청춘스타다. tvN ‘응답하라 1988’(2015년) KBS2 ‘구르미 그린 달빛’(2016년)이 연달아 흥행해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게다가 ‘잘생긴데 올바른 청년’이라는 이미지까지 있으니 방송사에서 ‘박보검 모시기’에 혈안인 건 당연지사다.

이처럼 방송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보검이지만 스크린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박보검의 마지막 작품은 ‘차이나타운’(2015년)으로 극 중 일영(김고은)을 돕는 석헌 역을 맡아 짧게 등장했다.

한 영화관계자는 “박보검 등 젊은 배우들이 한국 영화에서 할 수 있는 작품이나 캐릭터는 많지 않다”며 “여전히 티켓파워가 있는 중, 남성 배우들 위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영화제작사와 투자사들이 금전적 손실이 두려워 안일한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소재에 마초적인 남자 주인공, ‘다작 조연’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2030 세대들의 취향과 원하는 소재의 상업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곧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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