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7년의 밤’(28일 개봉)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배경인 세령호 마을을 그대로 구현한 싱크로율과 미장센을 자랑한다.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에 치우쳐 묵직한 여운을 남기지만 동시에 지루함을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듯하다.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의 7년 전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7년의 밤' 리뷰

원작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가 영화의 중심축이 된다.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던 만큼 변화를 택했다. 메가폰을 잡은 추창민 감독은 최현수, 오영제의 서사와 감정 변화에 더 집중했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인물은 오영제인데, 원작에서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을 그릇된 부성애를 지닌 캐릭터로 표현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쉴 틈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특히 최현수의 죄의식과 과거 이야기까지 방대하게 풀어내다보니 지루함을 자아낸다. 최현수의 어두운 내면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였으나 쓸데없이 많은 양의 과거 회상 장면이 영화의 몰입을 흐린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오락적인 재미를 느낄 수는 없으나 묵직한 여운을 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죄의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함께 인간의 나약함과 악함을 동시에 그려내며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특히 소설 속 세령마을을 그대로 구현한 듯한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설 속 정교한 묘사로 상상 속에만 존재한 세령마을을 섬세하고 강렬한 미장센으로 표현했다. 비밀을 품고 있는 세령호부터 거대한 스케일의 댐까지 원작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흠 잡을 데가 없다.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장동건은 M자 탈모 헤어스타일로 충격을 준다. 더불어 비정하고 악랄한 오영제의 모습을 완벽히 표현해내며 기존의 젠틀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류승룡 역시 최현수의 죄책감과 트라우마 등 어두운 내면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소설보다 비중은 적지만 최현수 부자를 끝까지 돕는 안승환 역을 맡은 송새벽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돋보인다. 러닝타임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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