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투자자들은 모두 같은 ‘조선주’라고 인식하지만 재무제표를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기 전에 재무제표에서 이익은 났지만 현금이 들어오지 않아 부실 가능성을 경고한 적이 있습니다.”

최병철 공인회계사

최병철 공인회계사는 최근 연세대학교에서 가진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식투자 손실을 피하고 상승할 주식을 찾는데 재무제표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재무제표만 봐도 주식의 상승과 하락을 80%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 출신으로 현재는 기업 실무자, 증권사 직원,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에 회계와 재무제표 실무교육을 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에프티이앤이를 3개월 전에 이상 징후가 보인다고 분석해 유명세를 탔다.

그는 “재무제표가 과거의 지표이긴 하지만 어닝서프라이즈 종목, 고배당 기업 등을 골라서 투자만해도 무작정 투자하는 것보다 최대 평균 30%는 높은 수익을 내는 걸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면서 “재무제표는 ‘개미투자자’가 가장 활용하기 적당한 투자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두에게 공개돼 있는 재무제표도 활용하지 못하는 개미투자자가 안타까워서 그가 근래에 펴낸 책이 ‘개미마인드-재무제표로 주식투자하라’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 비해 정보력이나 자금이 딸리는 개미투자자가 더 이상 손실을 보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그 역시 개미투자자였지만, 재무제표를 활용한 뒤로는 주식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개미투자자가 주식투자 전 재무제표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를 꼽았다. 손실을 한번이라도 입게 되면 투자로 인한 복리효과 회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돼서다. 100만원이 50만원이 되면 손실은 -50%지만, 50만원이 100만원이 되려면 100%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최 회계사는 “복리효과에 의해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면 손실이 나는 종목을 절대 고르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익이 감소하는 기업을 빼려면 차트보다는 재무제표를 보는 게 더욱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패하는 개미투자자의 2가지 매매 패턴으로는 ‘테마추종’과 ‘차익실현 매물 받기’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말 1만2,250원이었던 텍셀네트컴 주가가 골든브릿지증권을 인수하면서 단기간에 3만2,300원까지 폭등했다”면서 “추세 추종을 하면서 3만원 전후에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물리면서 주식카페에서 괴로움을 호소하는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셀트리온처럼 지속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종목에는 장밋빛 전망이 전망이 쏟아지기 마련인데 이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매도 물량을 쏟아낸다”면서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의 ‘물량받이’ 역할을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개미가 주식투자로 돈 벌기 위해서는 오히려 주식이 떨어질 때 매수에 나서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는데 지금도 개미들은 아파트를 고점에 사고 싶어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 회계사는 “재무제표를 분석하니 좋은 기업인데 주식이 떨어지면 ‘더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어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이라도 좋은 회사 주식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사서 중장기 보유하면 수익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우려로 주가가 단기 급락했을 때 오히려 주식을 많이 사들여 수익률을 높였다.

최 회계사는 “개미는 주가가 아닌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주가가 하락할 때 좋은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을 내고 나오는 투자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개’ 이론처럼 개(주가)는 결국 주인(기업의 실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예외적 사례지만 조선사나 건설사는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계를 조작하기 쉽다”면서 “회사 발표한 실적이 진짜 그 회사 실적이 아닐 수 있어 재무제표상 이익과 현금흐름 같이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이슈가 된 바이오기업 신약 연구·개발(R&D)비 처리와 관련해서는 한국거래소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계사는 “4년 연속 적자가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건 코스닥에만 있는 제도”라면서 “물론 투자자보호를 위해서겠지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기관투자자의 매도 등으로 수급 변화 회사 본질적 가치가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관리종목 지정으로 차바이오텍 시가총액이 2조에서 1조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연결 회계기준으로는 4년 연속 적자가 아니다”면서 “정말 한국거래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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