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출산·육아 관련 직원 편의 제공…여성 임원비율 50% 넘어
임신·출산·육아 등 경력단절 방지…가족친화적 업무환경 조성 제도적 지원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공동캠페인 [5]
한국애브비 '패밀리사이언스'

[한스경제 홍성익 기자] 지난해 출생아 수가 35만 명대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저(低)출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월 출생아 수는 3만2,1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2,800명) 감소했다. 월별 통계를 작성한 1981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출산율은 2015년 12월부터 26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40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출산율도 1.05명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 같은 극심한 저출산이 고령화와 맞물려 인구 감소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 등 일상의 질을 강조하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며 저출산 해결책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등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꿈의 직장’으로 불리며 직장인 사이에 각광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경력이 단절될 수 있는 워킹맘을 배려하는 제도와 정책을 다양하게 도입, 운영 중에 있어 국내 기업들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여성임원비율의 경우, 일반 기업은 약 17% 가량이지만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한국BMS, 한국MSD, 한국애브비, 한국화이자 등은 여성 임원 비율이 50%가 넘는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업문화는 얼마나 여성 친화적일까?

사노피 '엄마의 방'

프랑스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Sanofi)는 여성고용에 대한 열린 인사정책은 물론 여성·남성 직원의 양성균형에도 힘쓰며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 근무환경을 만들고 있다. 사노피는 출산·육아 관련 직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신 정기검진 월 1회 유급휴가’와 워킹맘들이 유축할 수 있는 ‘엄마의 방(Mother’s Room)'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편안한 회사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미니-카탈리스트(Min-Catalyst) 제도를 도입하고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네트워킹 스킬 등을 체계적으로 배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수한 여성 인력이 결혼, 출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력을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선택근무제(Flexible working hour program)’와 사무실 외 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재택근무제(Work From Home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은 가족관계 증진 및 여가생활 지원 차원에서 전 직원이 오후 5시에 업무를 마무리하고 조기 퇴근하는 패밀리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릴리는 일·가정 양립 제도 확산을 통해 여성 임원 비율을 향상시킨 대표적인 글로벌 제약사(미국계)다. 2011년부터 정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릴리의 경우 여성임원 비율은 60%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높다. 사내 복지를 보면 직장 내 일과 가정 양립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은 출산·육아 휴가 프로그램과 의무휴일 지정제, 시차 출퇴근제도, 임신 시 근로시간 단축 등 여타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이용률이 다른 제약사에 비해 높다. 한국릴리는 육아휴직 비율 62%, 임산부 직원 월 1회 유급휴가 지급, 전자파 차단 앞치마 지급, 출산 시 상품권 지급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매달 금요일 마지막주는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사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릴리 직원 10명 중 8명은 이날을 이용해 가족과 다채로운 활동을 즐긴다고 응답했다.

한국BMS제약(미국계)은 임신, 출산, 육아 등 경력단절방지 및 가족친화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출산, 육아 관련 여성 직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유연 근무제, 자율출퇴근제, 재택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출산을 앞둔 여성에게는 월 1회 태아 검진을 위한 휴가를 주고 육아휴직은 가장 길게는 1년을 쓸 수 있다. 출산하면 입원과 수술비는 회사에서 전액 지원하며 자녀수에 제한 없이 학자금을 준다.

한국MSD 여성휴게실

일과 가정의 양립과 ‘work and life balance(워라밸)’를 위해 분기마다 셋째 주 금요일은 ‘패밀리데이’로 지정, 일찍 퇴근할 수 있고 5월 가족의 달에는 가족친화수당을 지급한다. 그 외 배우자 건강검진 지원, 직원 및 직원 가족 신청 가능한 고충상담지원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BMS의 이런 다양한 가족친화제도의 효과는 여성 임원 비율로 입증된다. BMS는 임원의 80%가 여성이며 전체 직원 성비도 5:5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즉,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할 수 있어 오랫동안 근무하는 여성 직원이 많은 것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한국MSD(미국계)는 임신한 여직원을 위해 임신검진 휴가와 출산 비용 등을 지원하며, 출산휴가 시 마지막 3개월까지 급여를 100% 지급한다. 또 출산 후 1세 미만의 영아가 있는 여직원들의 경우, 자녀가 만 12개월이 될 때까지 하루에 1시간씩 단축해 7시간 근무를 할 수 있으며,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정규직 신분 유지)으로 근무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원하는 8시간을 선택하는 ‘근무시간 연동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005년에 도입한 '엄마의 방(Mother’s Room)'은 워킹맘들의 편안한 모유수유와 임신부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만든 시설이다. 이곳에는 착유기, 젖병소독기, 모유 비닐 팩, 따뜻한 물수건 등 수유에 필요한 다양한 집기들 뿐 아니라, 다리 마사지기까지 비치돼 있어 잠시 동안의 휴식까지 가능하다. 또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직원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육아에 관한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도 한다.

미국 바이오제약 기업 한국애브비는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을 임신, 출산 등 육아로 보고 여성 직원들의 육아 지원을 위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없도록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애브비 직원이라면 출산 후 축하금을 받을 수 있다.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하는 직원에게 90일간 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기 위해 다양한 가족친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직장맘을 배려하는 ‘탄력근무제’와 ‘재택근무제’, 연말 2주 이상의 ‘재충전 휴가’ 등도 시행 중이다. 매월 둘째주 금요일을 원래 근무 시간보다 3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패밀리데이’로 지정돼 있다. 직원들은 이날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직원 뿐만 아니라 직원의 자녀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방학 중에는 직원의 자녀를 회사로 초청해 과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패밀리 사이언스데이’를 연다. 자녀와 함께 요리를 배울 수 있는 ‘패밀리 쿠킹 클래스’도 연말마다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제 운영에 반영하며 직원 만족과 기업 문화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애브비는 2013년~2018년에 걸쳐 5년 연속으로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우수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한국릴리 휴게실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화이자제약은 여성건강증진 교육, 임산부 건강관리, 영양제 지급 등 임신 전·후의 여성 건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성복지 프로그램 ‘해피 맘 클럽(Happy Mom Club)’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산부를 위한 여성휴게실을 마련하고, 모유수유 중인 여성 직원을 위해 최신식 유축기, 세척·소독기, 냉장고 등 수유에 필요한 설비를 갖춘 수유실을 운영해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어린 자녀를 둔 직원이 자녀 일정에 맞춰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 조정제(Flexible Working Hours)’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출산·육아와 관련된 정부와 회사의 제도를 소개한 ‘일·가정 양립가이드’를 제작·배포해 직원들이 다양한 복지정책을 이용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패밀리데이를 운영한다. 패밀리데이에는 각 사업부, 부서별로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한다. 이런 사내 제도 및 프로그램들은 여성의 지속적인 근무를 가능케 해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 57.1%라는 수치로 이어진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2016년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모유 수유를 하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여성 전용휴게실도 마련해 두고 있다. 또 산모 정기 건강검진을 위한 휴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12주 미만 혹은 36주 이후 임산부를 위해 단축 근무제도를 운영하는 등 탄력적 근무여건 마련을 통해 여성 인력을 배려하고 있다. 또 어린 자녀들을 둔 직원을 고려해 8시~10시 중 출근 시간을 선택해 근무 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탄력적 근무시간 조정제'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한 직원은 “최근에는 여성만을 위한 제도보다 양성 평등을 위한 기업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도 상승하고 있다”며, “적어도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여기보다 좋은 직장은 찾기 힘들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직원은 또 “글로벌 제약사는 가족 친화 경영,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지 않는 승진 제도 등 자녀를 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조건이 많아 국내 기업들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제약사의 여성친화정책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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