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장자연 사건은 미투 운동의 중심이다.”

미투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고(故) 장자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했고, 법무부는 “재수사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9년 전 29세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 사건의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총 23만 5,796명이 동참했다. 게시자는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이 사회적 영향력 금권 기득권으로 꽃다운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만들었다”며 “또 다른 이들이 ‘장자연이 느낀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모든 적폐가 청산돼야 한다”고 적었다.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거나, 꼭 20만 명 이상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국민들의 관심이 높으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사다.

장자연은 2009년 언론사 대표 및 기업 임원 등 총 31명이 100여 차례 성 상납과 술 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긴 채 숨을 거뒀다. 매니저에게 보낸 유서에서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 해 7월 장자연 문건에서 성 상납과 술 접대를 강요했다고 지목된 언론사 대표 등 10명 전원을 혐의 없음 처분 내고, 고인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불구속 기소됐다.

9년이 지나 각종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식사 자리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주재했다’는 보도가 뒤늦게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고인 및 유족의 계좌에 100만 원 권 이상의 고액 수표가 수십 장 입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입금 총액은 수억 원대로 수표를 건넨 남성은 유명 기업인, 고위 공무원 등 20여명에 달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지난달 26일 열린 9차 회의에서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검찰에 권고하기로 잠정 결론 냈다. 아울러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종걸, 이재정 의원, 이재명 전 성남시장 등 정치계에서도 ‘장자연 사건은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라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검찰이 직무 유기했는지 등은 수사 대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원회는 오늘(2일) 회의에서 진상조사 후보를 최종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직도 고인처럼 성 상납을 강요에 각종 성희롱으로 고통 받는 신인배우들이 많다”며 “미투 운동이 의미 있으려면 해당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되지 않을까.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상이 밝혀져서 가해자들이 처벌받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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