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경주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1코스의 우승 확률이 월등히 높다./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이상엽] 경정 경주의 승패는 첫 번째 승부 시점인 1턴 마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1코스는 1턴 마크에서 거리상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코스다. 조주거리가 짧은 만큼 경쟁 상대보다 경주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 선수들은 1코스를 선호한다. 경정 팬들도 역시 1코스가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시즌 전반기 이후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총 1,806회의 경주 중 1코스 우승이 총 654회로 35%의 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2코스 우승은 총 414회(승률 23%)로 1코스 승률과 12% 차이를 보인다.

연대율(2착 이내)과 삼연대율(3착 이내) 또한 1코스 성적이 돋보인다. 1코스 2착은 362회(1, 2착 합계 1,016회)로 연대율 56%를 기록했으며, 삼연대율은 71%다. 최근 선수들의 경기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센터코스와 아웃코스에서 입상률이 오르고 있는 추세이기 하지만, ‘인코스를 선점하는 선수가 승기를 잡는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1코스의 이점을 활용해 부진 탈출에 성공하거나 경정 팬들에게 좋은 배당을 선사한 선수들이 있다. 지난달 22일 12회차 목요일 8경주에 출전한 14기 권혁민이 대표적인 예다.

권혁민은 지난 시즌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우승이 없었지만, 이날 1코스 인빠지기 전법으로 첫 승을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전날 수요일 10경주에서는 1코스를 배정받은 최재원이 열성 모터를 장착했음에도 이응석을 따돌리고 우승해 쌍승식 53.2배와 삼쌍승식 126.5배의 고배당을 경정 팬들에게 선사했다. 29일 목요일 1경주에서는 이휘동이, 7경주에서는 여현창이 각각 인빠지기로 우승하며 각각 12.2배와 11.0배의 좋은 배당을 연출했다.

그러나 유리한 조건을 가진 1코스라도 선두 자리 공략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스타트 시 탄력을 받아 나올 수 있는 조주거리가 다른 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아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선회 역시 너무 서두르거나 승부 시점을 놓친다면 바깥쪽 경쟁 상대들에게 역습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경정 전문가들은 “1코스를 배정받은 선수는 해당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1코스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타이밍이 놓친다면 역습을 허용하기 쉬운 코스다. 그 만큼 경주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 선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코스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신인 선수들은 기존 선수들보다 6개월 가량 더 훈련을 받아 어느 정도 기량을 갖추고 있어 공격적으로 인빠지기를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1코스에 출전하는 신인선수들이 어느 정도 모터 기력도 받쳐준다면 요주의 선수로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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