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신혜선은 KBS2 종영극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시청률 여신’ 타이틀을 얻었다. 서른 살에 만난 첫 주연 작이 시청률 45%를 넘으며 인기 몰이했다. 덕분에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극중 흙수저 캐릭터 서지안으로 변신, 천호진과 절절한 부녀 로맨스로 안방극장을 눈물짓게 했다. 호평이 쇄도 해 기쁨을 맘껏 누릴 법도 한데, 이전과 달리 조심스러워했다. ‘다음 작품 얼마나 잘 되나 보자’ 하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이전엔 고용 불안만 있었다면, 지금은 고민할 게 더 많아졌단다. SBS 단막극 ‘사의 찬미’를 차기작으로 정한 신혜선은 ‘서른이지만 열일곱’ 출연도 논의 중이다. 자신의 얼굴에 만족한다며 “어쩔 때 보면 진짜 못생겼는데, 어쩔 때 보면 진짜 예쁘다.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좋아했다.

-시청률 45%를 넘으며 종영했다.

“시청률에 대한 기대보다 ‘연기를 열심히 해야 겠다’는 부담감 밖에 없었다. ‘시청률이 잘 나올까, 안 나올까?’ 생각할 여유가 없더라. 운이 정말 좋았다. 어제 일 같은데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눈 깜박할 사이에 이렇게 돼서 새삼스럽다.”

-우수상도 수상했다.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서 울컥했다. 상을 받는다는 자체가 감격스럽더라. 한창 촬영 중이었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부칠 때였다. 예전에 이런 날을 꿈꾼 내 모습이 생각나더라. 복합적인 생각이 나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지안 캐릭터에 매료된 지점은.

“건방지다고 할 수 있는데 지안은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내거다!’ 하는 느낌이 딱 오더라.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까. 지안이를 연기하는 신혜선을 보고 싶었다. 이걸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아이가 다섯’ ‘비밀의 숲’ 모두 마찬가지였다. ‘연기하는 데 재미있겠다’ 싶으면 열정이 생긴다. 그 느낌이 중요하다.”

-흙수저 연기가 공감을 샀는데.

“내 나이대 또래들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연기였다. 지안이보다 더하거나 덜할 수 있지만, 사회 초년생 청춘들이 가지는 절망감과 벽에 부딪히는 느낌은 누구나 겪어봤을 거다. 지안이랑 비슷한 점?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얼만큼 비슷하다고 말을 못하겠다. 지안이 처럼 악착스럽지 않고 포기도 빠르다. 귀찮은 것도 싫어한다(웃음).”

-전과 달리 조심스러워 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몸 사리는 게 아니라…. 정말 기쁘고 즐거운데 걱정이 많다. 전에는 선택 받는 입장이지 않았나. 예전보다 조금 더 비중 있는 역 맡으면 걱정거리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불안이 다가오더라. 예전에 고용 불안만 있었다면 지금은 연기, 이미지, 캐릭터 등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겼다. ‘황금빛 내 인생’이 정말 잘 되고, 감사하게도 제안 받는 작품이 생기니까 솔직히 부담감이 있다. 시청률 잘 나온 작품의 여주인공이니까 ‘다음 작품 얼마나 잘되나 보자’ 하는 시선이 있지 않나.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다음 작품이 중요하니까. 흥망성쇠 따지면서 계산하고 싶지 않지만, 고민해야 될 게 많아졌다.”

-차기작이 SBS 단막극 ‘사의 찬미’다.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이다. 데뷔 전 라디오를 듣다가 본방하기 전 ‘오늘의 역사’ 같은 짤막한 코너에서 조선 최초 소프라노 극작가 윤심덕 이야기를 들었다. 울렁울렁거리는 설렘이 있었다. ‘나중에 연기자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까먹고 있다가 ‘사의 찬미’ 대본을 보게 됐다. 안할 이유가 없었다. 포상휴가 간 괌에서 대본을 봤다. 다른 작품은 검토를 못했는데, 이 작품이 제일 눈길이 가서 먼저 읽었다. 시대극을 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아버지와 관계는.

“지안이와 비슷하다. 사랑하지만 잘 표현하지 못한다. 천호진 선생님에게 아빠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어쩔 때는 감정이 주체가 안 됐다. 매니저도 우리 아빠 보고 ‘진짜 천호진 선생님이랑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 아빠한테 틱틱 거리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극중 부녀 로맨스가 나오면서 실제 감정이 투영됐다. ‘황금빛 내인생’ 이후 부모님이랑 대화를 좀 더 많이 하게 됐다. 작품이 잘 돼 부모님이 기뻐하는 게 느껴져서 울컥했다.”

-박시후와 호흡은 어땠나.

“집중이 흐트러질 때가 있지 않나. 주위가 산만해지거나, 갑자기 띵 하면서 집중 안 될 때 오빠가 중심을 잘 잡아줬다. 박시후 오빠는 멘탈이 흔들리지 않더라. 같이 연기할 때 내가 흔들려도 잘 잡아줘서 고마웠다.”

-후반부 갈수록 이야기가 늘어져 혹평 받았는데.

“도경(박시후) 오빠와 더 빨리 연결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둘이 연애는 한 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원래부터 소현경 작가님 팬이라서 이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 감사하다. 작가님은 작업실에만 계속 있으니까. (혹평 관련) 배우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본인 외모 만족하나.

“왜 물어보는 거냐?(웃음) ‘못생겼다’는 말 많아서 물어보는 거냐. 난 내 얼굴이 좋다. 프로필에 키가 170cm로 돼 있는데 실제로 173cm 정도다. 키가 조금 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얼굴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피부 관리나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일할 거다.”

-본인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얼굴 아닐까. 각도에 따라 얼굴이 조금씩 다르다. 잘 활용하면 새로운 이미지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내 얼굴을 좋아하지만, 어쩔 때 보면 진짜 못생기고, 어쩔 때보면 진짜 예쁘더라. 마냥 예쁘거나 마냥 못생기지 않았다. 평범하게 생겨서 좋다. 배우로서 이미지가 한 번 국한되면 벗기 힘든데, 최대한 먼 미래에 이미지가 고정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비록 나이가 어린 편은 아니지만, 지금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20대와 30대 비교해보면.

“지금 만으로 스물여덞이다(웃음). 20대는 사춘기였다. 친구 만나면 즐겁다가 미래 생각하면 우울하면 감정기복이 심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30대는 질풍노도를 겪은 후 나의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 같다. 30대의 시작을 위해 격한 사춘기를 겪은 게 아니까. 30대에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

사진=YNK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