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논란 속 입주민 “광고비 줄어 집값 오를 듯” “금방 잊을 것” 공분

[한스경제 최형호] 남양주 다산신도시 입주민들의 택배기사들을 상대로 한 집단이기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이런 집단 이기주의가 갑질로 변질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1위에 오르면서 비난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남양주 일부 입주민들은 불명예스러운 이번 화두에 오히려 “광고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캡처.

10일 다산신도시 A단지 입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A아파트는 지난달 10일부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막았다.

이에 택배 기사들은 지하주차장이나 정·후문 외부 주차장을 이용해 배송을 해야 했다. 하지만 A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는 2.1m인데 택배차량 높이는 2.5m~3m로 출입이 불가능하다.

아파트 정·후문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장에서 택배를 내려 물건을 각 동까지 일일이 카트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택배기사들 입장에서는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사들은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는가 하면 단지 앞에 택배를 놓고 입주민에게 찾아가달라고 일일이 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경비실에 게재된 한방의 협조문이 입주민들과 택배사 간의 갈등에 불을 집혔다.  
입주민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된 이 사진은 “우리 아파트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하여 지상에 택배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관리사무소 협조문이었다.

이 협조문은 "택배사가 현재 정문으로 찾으러 오던지 놓고 간다고 전화 및 문자가 오면 이렇게 대응하라"면서 "정문과 동문 주차장 주차 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고 답변하도록 요청했다.

심지어 입주민들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택배차량의 개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차량 개조에도 일부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차에 실을 수 있는 택배 물량도 줄어들어 택배사 입장에서는 황당한 요구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단단히 뿔 난 일부 택배기사들은 택배들을 아파트 한쪽에 쌓아놓고, 찾아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산신도시 연합카페 캡처.

이에 대해 입주민들이 반발했다. 택배기사들이 해야 하는 책무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 사항이었다.

한 게시판에는 “택배기사님들 편의를 위해 지정된 주차장이 있고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는 말씀인데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라고 대응하라고 적혀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이 아파트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다산 신도시의 슬로건은 ‘지상에 차 없는 단지’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지하주차장이 2.3m 높이로 시공돼 택배차량이 진입할 수 없고, 택배 차량의 단지 내 통행이 늘어나자 주민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해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실제로 논란이 된 아파트에서는 지난 2월 단지 내에서 후진하던 택배차량에 어린이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지상 차량 출입을 제한하자는 주민 민원이 늘었고, 택배사와 조율을 거쳐 택배 차량의 지하주차장 출입만 허용했다는 것이 관리사무소장의 설명이다.

이 와중에 일부 입주민들의 사태에 대한 경각심 대신, 광고비 없이 아파트가 홍보됐다는 등 이기적인 성향을 보여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날 다산신도시 연합카페에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다산신도시’가 올라왔다. 어딜 가나 인기가 대단하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에 “불명예다. 갓 생겨난 신도시에 타격이 크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으나, “광고비용이 줄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거나 “금방 잊을 테니 걱정말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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