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식 감독.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4강에 진출한 김인식(68) 야구 대표팀 감독은 ‘국민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관록을 자랑했다. 과거 대표팀과 비교해 A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에서도 4강 진출에 성공한 그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다. 19일 대회 결승 티켓을 놓고 6년 만에 도쿄돔 한•일전을 맞는 김 감독의 감회는 남다르다.

 김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4강, 2009년 WBC에서는 준우승으로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하지만 숱하게 맞붙었던 일본전을 돌이켜 보면 영광과 환희의 순간만큼 아쉬움도 많았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과 WBC, 이번 대회 개막전까지 통산 일본전에서 5승5패로 대등한 성과를 거뒀는데 매 대회마다 독특한 경기 방식 때문에 마지막엔 고개를 떨궈야 했다.

 2006년 WBC에서는 일본과 세 번 만나 2승1패로 앞섰지만 세 번째 대결인 4강전에서 패하는 바람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당시 1라운드와 2라운드를 거쳐 결승 토너먼트까지 종합전적 6승1패로 참가국 중 최고 승률을 기록했지만 그 한 번의 패배로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은 5승3패를 기록하고도 준결승과 결승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WBC는 단일 대회에서 일본과 무려 5번이나 만나는 촌극이 빚어졌다. 두 번을 지면 탈락하지만 한 차례 패배는 무관한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복잡한 대회 방식을 도입해 한국은 일본과만 5번 대결했다. 이 때도 대표팀은 일본과 2승3패로 선전했지만 결국 결승전에서 져 준우승에 그쳤다.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도한 대회이고 프리미어12는 사실상 일본 주최다. 이번에도 일본은 전력상 우승 후보임에도 갖가지 꼼수로 자국에 유리한 대회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흐름상 두 차례 WBC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한국은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 개막전에서 0-5로 패했지만 다시 만나게 된 19일 준결승에서 이기기만 하면 더 이상의 걸림돌은 없다.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하면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3년 만이다. 2009년 WBC 준우승에 그친 뒤 연장 10회초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에게 맞은 통한의 결승타가 아른거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했던 김 감독이다. 김 감독에게 19일 일본과 준결승은 이번 대회 개막전은 물론, WBC에서의 아픔까지 한꺼번에 설욕할 수 있는 화끈한 ‘리벤지 매치’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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